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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카메라로 공간을 남겨보려다가 결국 외장하드 용량만 낭비했다

오래된 작업실을 기록하겠다고 빌린 360카메라

이번에 마포구 홍대 근처 대여점에서 하루 3만 원을 내고 360카메라를 빌려왔다. 재개발 때문에 올해 말이면 헐리게 될 외삼촌의 목공소를 기록해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즘 어딜 가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니 뭐니 하는 말을 많이 하기도 하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들어가 보면 진짜 그 시절 그 공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아 덜컥 결심을 했다. 처음 손에 쥔 카메라는 생각보다 가볍고 장난감처럼 생겼었다. 그냥 삼각대 하나 세워두고 스마트폰 앱으로 원격 셔터만 누르면 공간 전체가 깨끗하게 캡처될 줄 알았다. 평소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는 것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대단한 기록이 될 거라며 혼자 뿌듯해했던 기억이 난다.

스티칭선이 자꾸 안 맞아서 머리가 아팠다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귀찮은 일들이 터졌다. 360도 카메라는 앞뒤에 달린 볼록한 렌즈 두 개로 찍은 영상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이 경계선이 자꾸만 어긋났다. 목공소 내부가 좁고 기계나 나무 자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보니, 카메라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물체들은 반으로 쪼개지거나 흐릿하게 유령처럼 겹쳐 보였다. 카메라에 찍히지 않으려고 셔터를 누를 때마다 구석에 있는 기둥 뒤로 허겁지겁 숨어야 하는 것도 꽤나 번거로웠다. 게다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한쪽 렌즈는 너무 밝고, 반대쪽 렌즈는 그늘져서 화면의 절반씩 색감이 따로 노는 현상도 발생했다. 전용 프로그램으로 보정을 해보려고 애썼지만,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화면을 만드는 건 내 손재주로는 어림도 없었다.

용산에서 본 VR 콘서트와의 말도 안 되는 격차

내가 찍은 어설픈 영상을 모니터로 돌려보면서 지난달 용산 CGV에 가서 관람했던 어메이즈VR의 앤팀 VR 콘서트가 불쑥 생각났다. 당시 티켓 가격이 2만 5천 원 정도였는데, 전용 헤드셋을 쓰고 보는 내내 멤버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위치에서 춤을 추는 입체감에 감탄했었다. 12K 초고해상도로 제작되었다는 광고 문구를 볼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직접 촬영을 해보니 그 정도 화질과 매끄러운 공간감을 구현하는 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기술인지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내가 찍은 360도 영상은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픽셀이 자글자글하게 깨져 보였고, 헤드셋을 쓰고 5분만 있어도 멀미가 밀려와서 속이 울렁거렸다. 좋은 카메라를 쓴다고 해서 누구나 그럴듯한 VR 추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시네마4D를 깔고 3D 캐릭터 하나 얹어보려다가 포기한 이유

단순히 공간만 보여주는 게 밋밋해 보여서, 영상 속에 가상의 투시도를 얹거나 귀여운 3D 캐릭터를 하나 띄워서 안내하는 효과를 넣어보고 싶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런 작업에는 시네마4D가 많이 쓰인다고 하길래 큰맘 먹고 체험판을 설치했다. 유튜브에서 무료 튜토리얼을 찾아가며 카메라 트래킹을 하고 3D 캐릭터를 배치하는 법을 따라 해보았는데, 여기서 완전히 한계에 부딪혔다. 평면 영상에 자막을 넣는 것과는 다르게 왜곡된 구면 좌표계 위에서 오브젝트의 위치를 잡는 일은 공간 감각이 없는 나에게는 고문과 같았다. 대충 캐릭터를 얹어놓고 최종 출력을 걸었더니 내 구형 노트북 팬이 터질 듯이 돌면서 6시간 동안 화면이 멈췄다. 그렇게 밤을 새워 얻어낸 결과물은 캐릭터가 허공에서 발을 헛디디며 기괴하게 일그러진 상태로 떠다니는 영상이었다.

장비와 기술의 현실적인 타협점은 어디쯤일까

결국 외삼촌의 목공소를 가상현실로 완벽하게 복원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은 반쯤 포기하는 걸로 타협했다. 그냥 일반 스마트폰으로 구석구석을 흔들림 없이 고화질로 찍어둔 일반 2D 영상들이 결과적으로는 훨씬 더 보기 편하고 보관하기 좋았다. 이번 경험을 통해 360카메라나 VR제작이라는 영역이 겉보기엔 그럴싸해 보여도 개인이 어설프게 접근하면 시간과 비용만 날리기 십상이라는 점을 배웠다. 예전에 정보처리기능사 실기 준비할 때 느꼈던 막막하고 비효율적인 기분마저 다시 들었다. 지금도 내 컴퓨터 외장하드 구석에는 기가바이트 단위의 쓸데없이 용량만 큰 360도 영상 파일들이 지워지지도 못한 채 그대로 굴러다니고 있다.

“360카메라로 공간을 남겨보려다가 결국 외장하드 용량만 낭비했다”에 대한 3개의 생각

  1. 영상 보면서, 아무리 좋은 카메라를 써도 결국은 사용자의 숙련도나 공간 감각이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제가처럼 3D 표현에 익숙하지 않으니, 360도 영상 찍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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