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예전에 사둔 오큘러스 퀘스트 2를 꺼냈다. 한동안 구석에 방치해뒀더니 업데이트하는 데만 30분은 걸린 것 같다. 요즘 MICE 행사나 온라인 전시회가 꽤 늘었다고 들어서 한번 들어가 봤는데, 막상 접속하니 이게 생각보다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360도 영상으로 구현된 갤러리를 구경하는데, 화질이 묘하게 깨지는 구간이 있어서 계속 눈이 피로했다. 3D 디자인 자체는 깔끔했는데 내 노트북 사양 때문인지, 아니면 애초에 제작 방식의 한계인지 움직일 때마다 미세하게 딜레이가 걸리는 게 영 거슬렸다.
360도 공간의 묘한 피로감
분명히 화면 속에서는 고급스러운 미술관 느낌을 내려고 노력한 게 보이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그 공기나 조명과는 거리가 있었다. 사실 이런 온라인 전시회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발로 뛰며 보는 팝업스토어랑은 완전히 다른 영역 같다. 얼마 전 다녀온 성수동의 브랜드 팝업은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텀블러 무게감도 확인하면서 직원들이랑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는데, 온라인 가상 공간에 들어가니 그냥 혼자 화면 속을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파노라마 사진으로 찍힌 공간을 클릭해서 이동하는 방식이었는데, 몇 번 클릭하다 보니 내가 어디에 있는지 길을 잃는 느낌마저 들었다.
가상현실과 실제 공간의 괴리
반구대 암각화 전시 같은 것도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데, 그건 또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현장에서 숨 쉬면서 보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지 않을까. 예전에는 VR 기기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기 무게가 생각보다 상당해서 1시간 정도 지나니 뒷목이 뻐근했다. 기기 대여 비용이나 3D 공간 제작 비용을 생각하면 이게 정말 효율적인 방식인지 가끔 의문이 든다. 차라리 오프라인 전시회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며 구경하는 게 사람 마음을 더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기술은 좋아지는데 재미는 글쎄
주변에서는 요즘 기업들이 온라인 전용 전시관을 만들어서 바이어들이랑 상담도 한다고 하더라. 제주도 식품 기업들이 해외 바이어 만나는 자리를 온라인으로 구현했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건 실무적인 목적이니까 이해가 갔다. 하지만 순수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려고 접속한 나 같은 사람에겐 여전히 ‘재미’보다는 ‘작업’에 가까운 느낌이다. 예전에는 이런 3D 가상 공간이 혁신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그냥 웹사이트를 조금 복잡하게 꾸며놓은 것 같아서 오히려 불편함만 더 크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엔 그냥 밖으로 나가야지
이런 전시회를 기획하는 업체들도 꽤 고생하겠지 싶다. 3D 공간 하나하나 짜고, 텍스처 입히고, 호환성 맞추는 게 보통 일이 아닐 테니까. 키오스크 제작하듯 뚝딱 만드는 것도 아닐 테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엔 사람들의 시선을 어떻게 10분 이상 붙잡아두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오늘 한 시간 동안 이것저것 눌러보면서 느낀 건, 나는 아직 디지털 공간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는 아날로그적인 공간이 더 편한 사람이라는 거다. 다음에 VR 기기를 다시 꺼낼 일이 있을까 싶다. 업데이트가 또 밀려있을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피곤하다.

3D 공간에서 느껴지는 피로감, 정말 공감합니다. 저도 VR 기기 오래 쓰면 목이 많이 아파서, 오히려 실제 전시회를 보러 가는 게 훨씬 편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나네요.
3D 공간에서 딜레이 때문에 불편한 점도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특히 노트북 사양 때문에 겪는 문제들이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