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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패토에서 룰렛 하나 돌리려다 밤을 샜다

어쩌다 메타버스 기획에 발을 담갔나

며칠 전부터 갑자기 팀 내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이벤트를 하나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요즘은 오프라인 행사보다 온라인 전시나 가상 공간이 트렌드라면서 말이 쉽게 나왔는데, 막상 그게 제패토나 젭(ZEP) 같은 플랫폼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나도 처음에는 그냥 3D 캐릭터들이 돌아다니는 곳에 룰렛판 하나 세우고 버튼 누르면 아이템이 나오게 하면 되겠지,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다. 10만 원 안팎으로 뭔가 뚝딱 해결될 줄 알았던 내 착각이 문제였다. 막상 시작해보니 이건 그냥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 가까웠다.

3D 에셋과 버츄얼 제작의 현실

제패토 스튜디오에 접속해서 맵을 만들어보려고 보니 생각보다 만져야 할 게 너무 많았다. 단순히 벽을 세우고 바닥을 까는 건 기본이고, 조명부터 오브젝트의 질감까지 일일이 다 설정을 해야 했다. 특히 룰렛 제작이 난관이었다. 그냥 돌아가는 판때기가 아니라, 유저가 클릭했을 때 확률적으로 결과값이 나오고 그에 맞는 애니메이션이 재생되게 하려면 스크립트라는 걸 써야 한다는 걸 그날 밤 처음 알았다. 예전에 플래시 게임 만들던 감각을 떠올려봤는데, 지금은 환경이 완전히 달랐다. 3D 공간 안에서 좌표를 맞추고 물리 엔진을 고려하다 보니 머리가 아파왔다. 분명 이건 마케팅 업무의 일환이었는데, 왜 나는 새벽 2시에 텍스트 코드를 붙여넣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너무 많은 선택지, 너무 적은 정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관련 커뮤니티나 블로그를 뒤져봤는데, 온통 ‘메타버스 비즈니스 전략’ 같은 거창한 분석 글들뿐이었다. 실제 제작 과정에서 겪는 사소한 버그나, 특정 플랫폼에서 룰렛이 안 돌아갈 때 해결하는 법 같은 건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 어떤 곳은 제미나이나 타입캐스트 같은 AI 도구를 써서 음성 가이드를 넣으라고 권하는데, 사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룰렛 하나 제대로 멈추게 하는 거였다. 플랫폼마다 지원하는 기능이 제각각이라, A 플랫폼에서 되던 게 B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아서 서너 시간을 허공에 날린 적도 있다. 시간은 시간대로 가고, 완성도는 생각보다 낮아서 헛웃음만 나왔다.

결국 타협점을 찾는 과정

결국 복잡한 확률 게임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냥 맵 안에 예쁜 포토존을 만들고, 룰렛은 아예 외부 웹페이지 링크로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게 원래 의도했던 ‘메타버스 안에서의 몰입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알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 3D 체험 공간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개발자를 섭외하거나 비용을 들여 전문 스튜디오에 맡겨야 하는데, 그런 예산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결국 나는 엉성하게 배치된 조명 아래에서 내 캐릭터를 멍하니 세워두고 ‘이 정도면 됐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남겨진 의문과 피로감

이벤트를 끝내고 나서도 찜찜함은 남았다. 사람들이 과연 이 가상 공간에 들어와서 룰렛을 돌리긴 할까, 아니면 그냥 입구에서 캐릭터만 돌리다 나갈까. 메타버스 플랫폼이 정말로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우리가 새로운 마케팅 수단이라는 명목 하에 억지로 만든 디지털 놀이터에 불과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을 하게 된다면 적어도 룰렛 구현 같은 건 절대 내가 직접 하겠다고 나서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그냥 2D 웹페이지에서 버튼 하나 만드는 게 훨씬 빠르고 정확한데, 왜 굳이 3D 공간을 고집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조금 후회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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