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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캐릭터 준비하다가 EMP 생각에 멈칫했다

요즘 버추얼 유튜버를 해보겠다고 집에서 이것저것 세팅 중이다. 원래는 그냥 캐릭터 하나 만들어서 송출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막상 IMU 센서니 뭐니 챙기다 보니 생각보다 신경 쓸 게 많더라. 처음에는 AI 아바타 제작 툴로 대충 뚝딱 만들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몸에 센서 달고 움직여보면 트래킹이 튀는 게 다반사다. 30분 정도 세팅하다가 컴퓨터가 멈추거나 블루스크린이 뜨면 허탈함이 배가 된다. 이런 자잘한 불편함이 일상이 되다 보니, 괜히 장비들이 예민해 보이는 거다. 어제는 갑자기 뜬금없이 EMP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쳤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가상 공간에서 뭔가를 쌓아 올리는 게 실물 자산도 아닌데 이렇게 진심을 다하고 있나 싶더라.

집 안의 장비들이 너무 예민해 보일 때

버추얼 장비 세팅하다 보면 정말 작은 거 하나에도 반응한다. 얼마 전에 라벨프린터로 캐릭터 포즈별로 이름표 붙여놓고 정리했는데, 이게 WMS(물류관리시스템)도 아닌데 왜 이렇게 물류 창고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 집이 좁아서 그런지, 장비 몇 개만 늘어나도 발 디딜 틈이 없다. 3자물류니 4PL이니 하는 거창한 물류자동화 개념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방 책상 위가 이미 작은 창고가 된 기분이다. 얼마 전에 냉장 윙바디 트럭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오는 걸 창밖으로 봤는데, 갑자기 배달 물류 시스템의 정교함이 새삼스럽더라. 나는 여기서 캐릭터 하나 움직이겠다고 끙끙대는데, 밖에서는 저렇게 거대한 물류들이 오가는구나 싶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EMP 같은 뜬금없는 걱정들

공부하다 보니 EMP(전자기펄스)라는 게 나오더라. 전자 장비 다 망가뜨리는 그거 말이다. 배그 같은 게임에서도 EMP 맞으면 탈것이나 조준경이 안 된다고들 하잖아. 근데 내 방에 쌓아둔 장비들 생각하니까 갑자기 불안해졌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버추얼 유튜버 준비가 그냥 다 전자 신호에 불과한데, 만약 전자기파 한 방이면 내 캐릭터도, 그간 모아둔 설정값도 다 날아가는 거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너무 앞서 나간 고민인 거 아는데, 기계들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방호 기술 같은 걸 찾아보기도 했는데, 개인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그냥 포기했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냥 전기세나 잘 내고 백업이나 열심히 해두는 게 맞겠지.

물류만큼이나 복잡한 세팅 과정

장비들을 정리하다 보면 3PL 업체들이 하는 재고 관리가 왜 이렇게 복잡한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라벨프린터로 꼼꼼하게 다 붙여놨는데도 막상 방송 켜려고 하면 선 하나가 안 꽂혀 있거나, 연결이 끊겨 있다. 센서 값 초기화하고, 다시 영점 잡고, 버추얼 스튜디오 소프트웨어 띄우면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가끔은 그냥 다 치워버리고 싶은 충동도 드는데, 또 막상 내 캐릭터가 화면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는 걸 보면 그게 뭐라고 뿌듯한지 모르겠다. 대단한 기술은 아니어도 내가 직접 만지고 고치고 있으니 애착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끝이 안 나는 장비의 늪

이런 고민을 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수익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참는데, 가끔은 이런 장비들이 결국은 언젠가 폐기될 고철덩어리가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 든다. 예전에는 그냥 책 한 권 읽고 끝냈던 일들이 이제는 수많은 디지털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의존해야만 가능해졌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환경을 만들려고 20~30만 원짜리 장비를 덜컥 사기도 하는데, 막상 써보면 기대만큼 안 될 때의 그 찜찜함이란. 아마 당분간은 이런 시행착오를 계속 반복할 것 같다. 오늘도 아바타 관절 하나가 자꾸 꺾여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결국 고치긴 했는데, 내일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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