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 업체랑 연락하다가 지친 기분
한참 버츄얼 캐릭터 붐이 일 때, 나도 괜히 마음이 동해서 모션캡처를 좀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집에서 적당히 웹캠으로 돌리는 건 한계가 명확했으니까. 그래서 겁도 없이 Optitrack 장비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업체 하나 컨택해서 대여하면 끝인 줄 알았지. 근데 이게 생각보다 스튜디오 빌리는 시간부터 시작해서, 데이터 보정하는 인력까지 고려하면 비용이 그냥 억 소리가 나더라. 내가 알아본 업체는 하루 대여에만 최소 수백 단위였는데, 막상 스튜디오 가보면 장비 세팅하는 시간만 반나절이 걸렸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내가 지금 연기를 하러 온 건지, 장비 엔지니어를 보조하러 온 건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는 거다.
광학식 센서가 말썽 부릴 때의 막막함
광학식 모션캡처가 좋긴 하다. VICON이나 Optitrack Prime 시리즈 같은 거 쓰면 움직임 하나는 기가 막히게 따라오니까. 근데 이게 적외선 카메라 기반이라 그런지, 센서 부착한 수트 입고 조금만 과하게 움직이면 꼭 데이터가 튀는 구간이 생긴다. 특히 손가락 같은 미세한 움직임은 인식이 잘 안 될 때가 많아서, 나중에 후반 작업할 때 이걸 일일이 다시 잡고 있어야 한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얻으려고 돈을 쓰는 건데, 정작 그 움직임을 다듬느라 며칠 밤을 새우고 나니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더라. 센서가 하나라도 빠지거나 겹치면 캐릭터가 갑자기 팔을 이상하게 꺾어버리는데, 그때 모니터 보고 있으면 진짜 헛웃음만 나온다.
비싼 장비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영역
최근에 보니까 지스타 같은 데서 100만 원대 카메라 모듈도 나오고 그러던데,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진입 장벽은 낮아진 것 같다. 근데 아이러니한 건, 장비가 저렴해질수록 사람이 손봐야 할 영역은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억 단위 시스템 쓰면서 데이터 깔끔하게 뽑았는데, 지금은 가성비 좋은 걸 찾으려다 보니 데이터 클리닝 작업에 시간을 다 쏟고 있다. 120만 원짜리 장비 하나 들여놓고 좋아했는데, 정작 블렌더랑 연동해서 실시간으로 캐릭터 움직이게 만드는 것만 며칠을 붙들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요즘은 AI 인플루언서 만들기 쉽다며?’라고 물어보는데, 그 말 들을 때마다 그냥 조용히 입을 닫게 된다.
결국 남은 건 데이터 정리에 대한 피로감
결국 모션캡처는 장비 싸움이라기보다는 인내심 싸움인 것 같다. 나도 처음에 모캡 슈트 입고 신나서 춤도 추고 액션 연기도 해봤는데, 결과물 보면 어깨 관절 하나가 제대로 안 들어와서 캐릭터가 어정쩡하게 서 있는 게 태반이다. 이걸 고치는 게 프로들이 하는 ‘데이터 보정’인데, 나는 그럴 기술이나 돈이 없으니까 그냥 적당히 타협하고 만다. 그래서 내 버츄얼 캐릭터가 가끔 동작이 부자연스러워도 그냥 눈감아주기로 했다. 어차피 완벽한 모션이라는 건, 지금의 내 상황에서는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장비 스펙보다 중요한 건 지치지 않는 마음
Optitrack이냐 VICON이냐 고민했던 시간들이 사실 다 쓸데없는 건 아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냥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고 콘텐츠를 더 많이 뽑아내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후회가 든다. 모션캡처 공부한다고 인강 결제해놓고 반도 안 본 게 벌써 몇 개인지 모르겠다. 결국 기술은 계속 발전해서 더 싸고 좋은 게 나오겠지만, 그걸 매번 따라가는 것도 일이다. 어제도 장비 세팅하다가 카메라 하나가 인식이 안 돼서 1시간을 끙끙댔는데, 결국 케이블 문제였다. 이렇게 사소한 문제들 때문에 며칠씩 잡아먹히는 게,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조금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미 질러놓은 건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