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단순히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VR 대여
주말마다 집에만 박혀 있는 게 조금 지루해지던 참이었다. 뭐라도 색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요즘 유행한다는 VR 기기 대여를 알아봤다. 대충 검색해보니 하루에 3~4만 원 정도면 며칠간 집에서 빌려 쓸 수 있는 곳들이 꽤 보였다. 평소에 메타버스니 AI 체험이니 하는 기사들을 접할 때는 그저 막연하게 신기하겠거니 싶었는데, 막상 내 방에 기기를 들여놓으려니 설치나 세팅이 복잡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뭐, 스마트폰으로 아이폰 대여를 해서 촬영하거나 갤럭시탭을 빌려 쓰는 것보다는 훨씬 역동적일 것 같아서 무작정 진행했다.
거실 한가운데서 마주한 가구와의 사투
기기가 도착하고 박스를 열었을 때까지만 해도 즐거웠다. 충전하고 이것저것 연결하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360도 화면 속으로 들어가서 움직이다 보면, 내가 지금 방구석에 있다는 사실을 완벽히 망각하게 된다. 이게 의외로 위험했다. 한창 실감 나는 스크린 양궁 게임을 하다가 한 발자국 옆으로 내디뎠는데, 발 끝에 소파 모서리가 걸려서 거의 넘어질 뻔했다. 결국 좁은 거실의 가구들을 모조리 구석으로 밀어 넣어야 했다. VR 안에서는 광활한 평원인데 눈을 뜨면 낡은 책상과 빨래 건조대가 보이니까 기분이 묘했다. 이게 내가 기대했던 미래의 모습인가 싶기도 하고, 단순히 공간의 부족함을 절감하는 시간이었달까.
막상 화면 속에 들어가면 느껴지는 공허함
VR 기기를 쓰고 나면 시각적인 몰입감은 확실히 대단하긴 하다. 하지만 2시간 정도 지나니까 눈이 꽤 피로해졌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이것저것 다 눌러보고 체험했는데, 금방 질리는 면도 있었다. 요즘은 원예 수업이나 과학 체험 같은 것도 VR로 가능하다길래 몇 가지 찾아봤지만, 결국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의 부재가 아쉬웠다. 화면 속의 꽃을 만지는 시늉을 해도 손에 닿는 느낌은 없으니 뇌가 자꾸 이질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연세대 K-NIBRT 실습 같은 전문적인 교육 콘텐츠가 VR로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대단하다 싶긴 했는데, 과연 이 작은 거실에서 그런 정교한 작업이 얼마나 효율적일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배터리와 발열이라는 소소한 방해꾼들
또 하나 귀찮았던 건 기기의 배터리 문제다. 무선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건 정말 좋은데, 한창 몰입하려고 하면 배터리가 닳아서 빨간 불이 들어온다. 충전선을 연결하자니 다시 거실 구조를 바꾸고 근처로 가야 해서 맥이 빠진다. 기기 자체의 발열도 생각보다 심해서 30분 정도 하고 나면 얼굴 쪽이 후끈후끈했다. 여름이라 더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오래 몰입해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지만, 중간중간 기기를 벗고 땀을 닦아내는 나 자신을 보면 현타가 오기도 했다. 30만 원 정도의 훈련 지원금을 받으면서 노트북을 대여해 공부하는 요즘 트렌드처럼, 나도 뭔가를 배우려고 시도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상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배운 셈이 됐다.
결국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는 시간
대여 기간이 3일이었는데, 마지막 날에는 사실 기기를 다시 박스에 넣는 게 귀찮아서 거의 방치했다. 처음의 그 신기함은 온데간데없고, 다시 현실의 책상 앞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아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VR 기기는 한 번쯤은 빌려볼 만한 체험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평생을 이런 기기를 쓰고 사는 세상이 올까? 그건 잘 모르겠다. 그저 며칠 동안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좁은 방에서 허우적대며 시간을 보낸 기록 정도로 남을 것 같다. 기기를 반납하고 나서 텅 빈 거실을 보니 왠지 모를 허전함과 동시에 시원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영상 보니까 VR 기기 때문에 공간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 같아요. 특히 게임할 때 움직이느라 가구 밀어내야 하는 상황 상상하면 정말 곤란하네요.
VR 기기 써보고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네요. 특히 좁은 공간에서 헤매면서 시간을 보낸다는 점이 좀 그랬어요.
배터리 때문에 진짜 짜증나더라구요. 제가 VR 기기 써본 적 없어서 그런가, 배터리 문제 항상 신경 쓰였어요.
정말 공감합니다. 제가 VR 기기 해보고 나서도 순간적으로 주변 상황을 잊으면서 꽤 가까이 움직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