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말,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친구들과 광주 시내에 있는 VR 게임장을 다녀왔다. 사실 VR이라고 하면 예전에 박람회장에서 잠깐 써본 게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좀 제대로 된 장비를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꽤 큰 공간에 기기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솔직히 처음에 든 생각은 ‘이걸 다 사람이 직접 관리하나?’ 싶을 정도로 좀 어수선해 보였다. 대기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기기마다 붙어있는 설명들이 제각각이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좀 막막했다.
좁은 부스에서 겪은 당혹스러움
결제를 하고 안내받은 곳은 생각보다 공간이 좁았다. 보통 유튜브나 광고에서 보면 아주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막상 들어가니 가로세로 2미터 남짓한 공간에 갇혀서 움직여야 했다. 1시간 이용료로 2만 원 정도를 냈는데, 이게 비싼 건지 싼 건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HTCVIVE 장비를 착용했는데, 머리에 씌우는 무게감이 생각보다 묵직했다. 안경을 쓰고 있는데 그 위로 기기를 덮으려니 코 부분에 자꾸 압박이 와서 위치를 잡느라 한참을 낑낑댔다. 주변 직원분들이 계속 다른 손님들을 챙기느라 바빠 보여서, 도와달라고 말하기도 좀 눈치가 보였다. 결국 그냥 적당히 대충 끼고 시작했는데, 시작하자마자 화면 속 세상이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중심 잡기가 쉽지 않았다.
현실과 가상의 괴리감이 만든 멀미
게임은 바닷속을 탐험하는 컨텐츠를 골랐다. 사실 수산물 홍보관 같은 데서 봤던 그런 정적인 영상들을 생각했는데, 막상 움직이는 컨텐츠를 해보니 차원이 달랐다. 3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는 세상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앞으로 돌진하는데, 내 몸은 제자리에 서 있으니 뇌에서 에러가 나는 기분이었다. ‘내가 왜 돈을 내고 이런 고생을 하나’ 싶었지만, 같이 온 친구들이 옆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서 대놓고 나가겠다고 말하기가 좀 그랬다. 어쩔 수 없이 조금 쉬다가 다시 시도하고를 반복했다. 게임 중간에 튜토리얼이 불친절해서 뭘 눌러야 할지 몰라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면 참 볼품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용 콘텐츠와 상업용의 미묘한 차이
잠깐 밖으로 나와서 숨을 고르며 구경해보니, 소방안전 교육용 콘텐츠를 체험하는 초등학생들이 보였다. 그 친구들은 꽤 진지하게 불을 끄는 시늉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했던 화려한 액션 게임보다는 오히려 그런 게 멀미도 덜하고 나아 보였다. 우리가 흔히 아는 실감형 콘텐츠라는 게 꼭 화려한 그래픽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또 막상 게임장에 오면 다들 그런 짜릿한 것만 찾게 되는 분위기라, 나도 모르게 휩쓸려서 또 격렬한 게임을 골라버렸다. 결과적으로는 1시간을 꽉 채우지 못하고 40분 정도만에 기기를 내려놓고 나왔다. 머리가 띵하고 속이 안 좋아서 근처 카페에 앉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만족과 허탈함 사이의 잔상
집에 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이게 참 애매한 경험이었다. 돈을 내고 즐기러 갔는데, 육체적으로는 피로함만 쌓인 느낌이다. 그렇다고 이 기술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분명 기술적으로는 눈앞에 보이는 게 진짜 같아서 신기하긴 했으니까. 그런데 내 몸이 이걸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그냥 내 취향이 아닌 건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부산 쪽 큰 박람회나 좀 더 여유 있는 공간에서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당분간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즐기는 게임이 제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늘 저녁은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소파에 누워만 있어야겠다. 기기를 벗고 나왔을 때의 그 현실감이, 오히려 VR 세상보다 훨씬 반갑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좁은 공간에서 게임 하는 것, 정말 몰입하기 어려웠겠네요. 저도 VR 체험할 때 그래픽 같은 화려함보다는 단순한 게임이 더 안정적이었던 기억이 나요.
첨에 바닷속 탐험 게임이 진짜 몰입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짧게만 집중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