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메타버스 안전체험관에 아이와 함께 접속해 봤다. 사실 평소 이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니 실감 미디어니 하는 말들을 기사에서만 접했지, 실제로 내 시간을 들여서 경험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예전 플래시 게임 시절을 떠올리면 기술적인 격세지감이 느껴지긴 하는데, 막상 로그인을 하고 들어갔을 때는 생각보다 썰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 공공기관에서 예산을 들여 구축한 곳일 텐데 말이다.
접속 방식부터 의외의 복병이었던 과정
처음엔 별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사양이 낮은 내 노트북에서도 꽤나 버벅거렸다. 브라우저 기반으로 구동되는 플랫폼이라 설치가 간편하다고 들었는데, 막상 3D 모델링이 불러와지는 과정에서 화면이 뚝뚝 끊기니 아이도 금방 흥미를 잃고 말았다. 예전에 E-모델하우스나 인테리어 3D 프로그램을 써봤을 때 느꼈던 그 특유의 무거움이 그대로 있었다. 아마 학교나 기관에서 전자칠판에 띄우고 단체로 교육용으로 쓰기에는 좀 더 최적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점들을 보면 아직은 집에서 개인이 편하게 즐길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타버스라는 공간 속의 어색한 정적
공간 자체는 꽤 공들여 만든 티가 났다. 재난 상황을 가정해서 대피 요령을 익히는 콘텐츠였는데, 그래픽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문제는 그 안을 채우고 있는 ‘느낌’이었다. 잽(Zep) 같은 플랫폼에서도 종종 느끼는 거지만, 넓은 가상 공간에 나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기사에서는 메타버스니 버추얼 캐릭터니 하면서 화려한 전망을 내놓지만, 현장에서는 운영자도 없고 다른 사용자도 없이 빈 건물만 돌아다니는 느낌이 강했다. 이게 과연 1천억 대의 예산을 들여 구축할 가치가 있는 시스템인지, 아니면 그냥 보여주기식 사업의 일환인지 조금 회의감이 들었다.
비용과 현실적인 괴리감
얼마 전 뉴스를 보니 가상 부동산이나 NFT를 이용한 사기 사건들이 끊이지 않더라. 아무래도 실체가 불분명한 디지털 자산에 사람들이 큰돈을 쏟아붓는 구조 자체가 불안해 보인다. 내가 체험한 이 안전체험관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유지 보수가 안 되면 그냥 썩어가는 디지털 쓰레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교육청에서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17건이나 폐지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무작정 도입하기보다 정말로 이게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남는 아쉬움과 의문
체험을 마칠 때쯤 아이는 ‘그냥 유튜브 보는 게 더 재미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상호작용이 일어나야 재미가 있을 텐데,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며 마우스 클릭 몇 번 하는 게 다였으니까. 차라리 해외에서 들어오는 영어 화상 수업 플랫폼처럼 사람이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요즘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 전문가들이 참 많다는데, 기술을 구현하는 능력보다 그 안을 채울 ‘이야기’와 ‘소통’의 설계가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메타버스가 현실을 대체하기엔 갈 길이 먼 것 같다. 다음에 비슷한 교육 플랫폼을 또 시도하게 된다면 그땐 정말로 좀 더 유기적으로 연결된 무언가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플래시 게임 생각하면 더 공감되네요. 예산이 충분하더라도, 장기적인 유지보수 계획이 없으면 금방 낡은 모습이 될 것 같아요.
브라우저 기반이라 처음부터 튕기는 건 이해하는데, 3D 모델 로딩이 그렇게 심해서 아이가 금방 지루해하는 걸 보면, 실제 교육 환경에서는 서버 성능을 고려해서 설계하는 게 중요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