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굿즈 품절로 시작된 온라인 전시관 접속
작년 광복절 즈음이었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파는 데니 태극기 키링이 엄청나게 유행했던 적이 있다. 나도 뒤늦게 그 유행에 동참해보겠다고 온라인 뮤지엄샵에 들어가 봤지만 이미 모든 수량이 솔드아웃 상태였다. 재입고가 언제 될지도 모른다는 불투명한 공지만 덩그러니 떠 있길래 아쉬운 마음에 홈페이지 이곳저곳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가상 공간에서 실제 전시실을 관람할 수 있게 해두었다는 온라인박물관 메뉴를 발견했다. 요즘 세상에 굳이 용산까지 직접 지하철을 타고 가지 않아도 집 컴퓨터 화면으로 유물을 다 볼 수 있게 해놨다니 호기심이 생겼다. 마침 주말이었고 특별히 할 일도 없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가상 전시관 입장 버튼을 클릭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고화질 사진 몇 장 슬라이드로 대충 보여주는 수준이겠거니 가볍게 짐작했다.
생각보다 사양이 높아서 당황했던 3D 뷰어 구동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로딩 표시가 뜨는데 생각보다 게이지가 차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내 컴퓨터가 최신 사양은 아니어도 웬만한 게임은 다 돌아가는 편인데 본체 팬 소리가 갑자기 위잉 하고 커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웹 브라우저 자체에서 3D 그래픽 공간을 렌더링하다 보니 하드웨어 리소스를 꽤 잡아먹는 모양이었다. 크롬 브라우저 설정에서 하드웨어 가속 기능을 켜야 화면이 버벅이지 않는다는 경고 창이 떠서 그걸 해결하느라 초반에만 10분 넘게 설정을 만지작거렸다. 겨우 화면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긴 했는데 마우스로 화면을 클릭해서 시점을 돌릴 때마다 약간의 프레임 드랍과 미세한 화면 밀림 현상이 있었다. 이게 무슨 유료 서비스도 아니고 대중에게 공개된 가상 전시인데 진입 장벽이 묘하게 높게 설정되어 있는 것 같아 살짝 억울한 기분도 들었다.
아파트 E모델하우스와 비교해보니 느껴진 조작감의 미묘한 차이
화면 내부에서 이동하는 조작 방식은 예전에 분양 정보를 보느라 들어가 보았던 아파트 E모델하우스 서비스와 꽤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달랐다. 분양 아파트의 E모델하우스 웹 뷰어는 보통 정해진 카메라 위치로만 툭툭 끊어져서 이동하니까 조작이 단순하고 오히려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반면에 이 전시관은 실제 전시실 바닥을 걸어 다니는 것처럼 시점이 끊임없이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구현되어 있었다. 개발을 담당한 쪽에서는 나름대로 현장감을 극대화하려고 엄청나게 공을 들인 결과물이었겠지만 멀미를 쉽게 느끼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그 부드러운 움직임이 곤욕이었다. 예전에 파주 쪽에 있는 안전체험관에 방문해서 강제로 VR체험 장비를 쓰고 재난 대피 교육을 받았을 때 느꼈던 그 특유의 울렁거림이 모니터를 쳐다보는 내내 조금씩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방향 키를 꾹 누르고 있다가 시점이 벽면에 딱 붙어버리면 사방이 캄캄해져서 다시 빠져나오는 데만 한참을 버둥거려야 했다.
가상 현실 너머로 데니 태극기를 직접 화면에서 마주했을 때
한참 동안 좁은 통로를 가상으로 걸어 다닌 끝에 마침내 목적지였던 대한제국 관련 전시실 내부로 들어설 수 있었다. 화면 중앙에 둥둥 떠 있는 유물 안내 아이콘을 누르자 그제야 데니 태극기의 확대 이미지와 상세 설명 텍스트가 화면 우측에 정렬되어 나타났다. 해상도 자체는 엄청나게 높게 세팅되어 있어서 천 조각의 낡은 실밥이나 깃면에 미세하게 잡혀 있는 주름의 질감까지 모니터 상으로 아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원하던 실제 굿즈 키링은 결국 공식 숍에서 사지 못하고 며칠 뒤 중고 거래 앱을 통해 원래 가격인 8,000원에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은 12,000원을 주고 구매하게 되었지만, 이렇게 화면으로나마 실물 크기의 태극기 원형을 꼼꼼하게 들여다본 경험 자체는 나름 의미가 있었다. 다만 모니터의 푸른 백라이트 빛을 타고 흘러나오는 유물의 모습은 실제 전시관 쇼케이스 너머로 마주할 때의 그 묵직한 공기나 압도감까지 흉내 내지는 못하는 한계가 뚜렷했다.
아직은 현실 공간의 질감을 대체하기에 애매하게 느껴지는 부분들
대략 40분 정도 화면을 붙잡고 가상 전시실 안을 뱅글뱅글 돌다가 브라우저 창을 닫았다. 마우스 휠을 너무 쥐어짜듯 굴렸는지 검지 손가락 끝이 뻐근했고 눈알이 뻑뻑하게 말라붙는 느낌이었다. 요즘 들어 지자체 홍보관이나 공공기관 건물마다 키오스크제작 업체를 불러서 번쩍거리는 화면을 들여놓거나 건물 외벽에 미디어파사드 같은 화려한 영상 기술을 접목하는 사례가 넘쳐난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 오프라인 박물관에 직접 가는 수고가 완전히 사라질 줄 알았는데 막상 조악한 조작법과 피로감을 겪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이럴 바에는 그냥 날씨 좋은 날 경의중앙선을 타고 이촌역에 내려서 박물관 뜰을 걷고 실물 유물을 눈에 담아 오는 편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훨씬 덜 피로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꺼진 모니터 화면에 비친 내 멍한 얼굴을 보며 다음부터는 그냥 몸을 움직이자는 다짐을 조용히 해보았다.

가상 전시관에서 3D 뷰어 때문에 손가락이 너무 아팠어요. 실제로 박물관에 가면 훨씬 편할 것 같아요.
가상 전시관은 정말 몰입감 있게 잘 만들어졌네요. 하지만 실제 박물관의 분위기를 느끼는 건 여전히 다른 차원이더라고요.
가상 전시관에서 겪은 경험이 신기하네요! 실제 박물관 가는 게 훨씬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페이지 설정 때문에 진짜 힘들었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컴퓨터 사양에 신경 쓰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