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빌려버린 스캐너의 무게
얼마 전에 사무실 근처 공간을 가상현실로 옮겨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공간의 기록을 남겨보자는 생각이었는데, 검색을 좀 해보니 Matterport(매터포트)라는 게 가장 눈에 들어왔다. 대여 업체에 문의하니 하루 대여 비용이 십만 원 중반대였다. 며칠 쓰면 꽤 큰돈이 나가겠구나 싶었지만, 일단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택배로 도착한 장비는 생각보다 작았는데, 막상 현장에 들고 가서 삼각대를 펼치고 앱을 연결하는 순간부터 묘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분명 매뉴얼대로라면 버튼 한 번 누르고 숨어있으면 된다는데, 왜 내 휴대폰 화면에는 데이터가 끊겨서 나타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3D 모델링의 늪과 렌더링의 시간
현장에서 스캔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데이터를 확인했다. 매터포트 앱 내에서 보는 건 그럴듯해 보였는데, 이걸 실제 3D 모델링 파일로 변환해서 만져보려고 하니 문제가 생겼다. 단순히 3D 지도를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아는 3D 그래픽 툴에서 편집하려면 데이터 형식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다시 추출하는 과정에서 렌더링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면 되겠지 싶었는데, 영화 한 편을 봐도 진행률이 제자리걸음일 때는 정말이지 맥이 빠졌다. 그 시간 동안 나는 그냥 이게 내 능력 밖의 일이었나 하는 의문만 반복했다.
결과물과 현장의 괴리감
결국 완성된 결과물은 내가 처음 상상했던 쨍한 3D 가상 공간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빛이 강한 창가 쪽은 데이터가 튀어서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고, 가구 뒷부분은 제대로 스캔되지 않아 흐릿한 덩어리처럼 보였다. 전문가들이 보여주는 영상에서는 아주 깔끔하게 구현되던데, 왜 내 결과물은 마치 10년 전 게임 그래픽을 보는 것처럼 엉성한지 모르겠다. 차라리 처음부터 3D 모델링을 배웠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일반 카메라로 파노라마 사진이나 찍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돈은 돈대로 쓰고 시간은 시간대로 날린 느낌이라 며칠 동안은 관련 사이트 쳐다보기도 싫었다.
흩어진 데이터와 여전한 갈증
사무실 선배들은 나중에 결과물을 보더니 그냥 신기해하기만 했다. 정작 내가 겪었던 그 고생스러운 과정은 아무도 모른다. 이럴 거면 차라리 정보처리기사 공부나 더 할걸 그랬나 싶은 잡생각도 들고. 사실 이런 기술이 건설 현장에서 안전 교육용으로 쓰인다거나, 게임 배경으로 쓰인다는 기사를 보면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멀게 느껴진다. 막상 직접 해보니 단순히 기술이 좋다고 되는 게 아니라, 현장을 다루는 노하우가 확실히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기왕 대여료를 냈으니 아까워서라도 이번 주말에 한 번 더 나가서 다시 찍어볼까 생각 중이다. 이번엔 창가 쪽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텐데, 사실 방법은 잘 모르겠다.
막연하게 남은 숙제
3D 콘텐츠 제작 수요가 늘어난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내가 했던 삽질이 떠오를 것 같다. 요즘은 스마트폰만으로도 XR 조작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는데, 내가 굳이 이렇게 무거운 장비를 들고 다녔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어차피 전문가가 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파고들었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렌더링 걸어두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클라우드 용량 부족으로 오류가 나 있었다. 결국 또 아무것도 못 건진 셈이다. 이 미묘한 좌절감은 언제쯤 끝날지 모르겠다. 그냥 깔끔하게 포기할지, 아니면 다시 한번 부딪혀볼지 지금도 결정을 못 내렸다.

데이터 변환 과정에서 렌더링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이 특히 힘들었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기술을 배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