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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체험장에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피곤하더라

지난 주말이었나, 갑자기 실감형 콘텐츠니 뭐니 하는 것들이 궁금해져서 근처에 있는 VR 체험장에 다녀왔다. 사실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인하대 연구팀이 화재 후 붕괴 시뮬레이션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우연히 봤던 게 기억이 나서였다. 재난 훈련 같은 거창한 기술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꽤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들었기 때문이다. 비용은 30분 이용에 1만 5천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비싸다면 비싸고, 그냥 한 번 경험해 보는 셈 치면 적당한 금액이었다.

머리에 쓰는 기기가 생각보다 무거워서 놀랐다

막상 가서 기기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보니 무게가 상당했다. 예전에도 이런 장비를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한참 동안 쓰고 있으려니 목이 뻐근해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더라. 처음에는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신기했다. 바닷속을 헤엄치거나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연출이 이어졌는데, 확실히 평면 화면을 볼 때랑은 몰입감이 달랐다. 그런데 한 15분쯤 지나니까 슬슬 어지러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게 아마 멀미라는 것인가 싶었는데, 멈추고 싶어도 괜히 돈 아까운 생각에 끝까지 버텨보려던 게 화근이었다.

콘텐츠의 화려함 뒤에 남는 묘한 공허함

요즘 선거 방송이나 박람회 같은 곳에서도 AI나 XR 기술을 써서 대단한 영상을 보여준다고 난리다. 실제로 화면 속 비주얼은 정말 화려했다. 색감도 쨍하고, 내가 움직이는 대로 공간이 반응하니까 마치 게임 속 주인공이 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체험이 끝나고 기기를 벗어서 바닥에 내려놓는데, 눈앞에 보이는 현실의 풍경이 순간 너무 밋밋하게 느껴지더라.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걸 굳이 이렇게까지 실감 나게 봐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이라면 텍스트나 영상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은데, 굳이 무거운 기기를 쓰고 어지러움을 견디면서까지 몰입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디지털 세상이 현실을 덮어버리는 건지

가상현실 교육이나 재난 체험이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중독 예방 교육이나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이런 콘텐츠를 활용한다는 기사를 보긴 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내가 직접 해보니까, 이게 과연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리어 그 화려한 시각 정보에만 너무 익숙해져서 현실의 복잡하고 느린 문제들을 마주하기 싫어하는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잠시 했다. 우주를 유영하는 경험이 현실의 게임 권태기를 완전히 치료해 줄 것 같지도 않았고.

다시는 안 갈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30분 동안 가상 세계에 들어가 있다가 현실로 튕겨 나온 기분이었는데, 그 여운이 꽤 오래갔다. 사실 어지럽고 목은 아팠지만, 기술의 발전이라는 게 참 대단하긴 하구나 싶기도 하다. 아마 다음번에 또 호기심이 생기면 다른 종류의 체험장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다음번에는 시간을 조금 짧게 잡아야 할 것 같다. 30분은 내 몸과 정신이 버티기에는 다소 긴 시간이었다. 거창한 가치나 미래 설계를 운운하기에는 너무나 개인적이고 소소한 피로감만 남은 주말 체험기였다. 앞으로 이런 기술들이 더 보편화된다면, 우리 삶의 풍경은 또 어떻게 변해있을까. 지금으로선 그저 어지러움이 가신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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