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잘못 들어서 마주친 풍경
지난달에 회사 워크숍 때문에 천안에 있는 모 연수원에 다녀왔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건물이 꽤 크고 주변이 온통 산이라 아침 공기는 확실히 달랐다. 도착하자마자 안내를 받았는데, 강당으로 가는 길을 잘못 들어서 본관 뒤편 창고 비슷한 곳까지 가게 됐다. 거기서 낡은 칠판과 오래된 논술교재들이 박스에 담겨 있는 걸 봤는데, 누군가 급하게 정리하고 나간 것처럼 어수선했다. 왜 그런 장면이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다. 정작 중요한 노무 교육은 강당에서 진행됐는데, 연사님이 마이크를 잡고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창밖의 나무들만 계속 쳐다봤다.
낡은 의자와 불편한 동선
연수원 의자가 참 불편했다. 3시간 가까이 앉아있어야 했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서 나중에는 엉덩이를 계속 들썩거렸다. 옆에 앉은 대리님은 아예 졸고 있었고, 나는 멍하니 교육 자료집을 넘겨봤다. 여기저기서 기업워크샵을 많이 하는 곳이라 그런지 시설은 그럭저럭 관리된 것 같았지만, 세월의 흔적은 숨길 수 없었다. 화장실 타일 하나가 깨져 있었는데, 그게 계속 눈에 밟혀서 나중에는 그 타일만 보게 됐다. 디지털교과서 활용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때는 사람들이 갑자기 노트북을 펴고 바쁘게 타자를 치기 시작했는데, 그 소리가 좁은 강당 안에 꽉 차서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점심시간의 짧은 탈출
점심은 식당에서 배식으로 먹었는데, 메뉴가 생각보다 평범했다. 국이랑 반찬 몇 가지. 대략 1인당 1만 원에서 1만 5천 원 정도 예산으로 맞춰진 느낌이었다. 밥을 먹고 나서는 연수원 앞마당을 조금 걸었다. 그때 방문미술 수업을 받으러 온 듯한 아이들이 지나가는 걸 봤는데, 이 조용한 곳에 어울리지 않는 생기발랄함이 조금 낯설었다. 사실 나는 이런 연수원에 오면 교육 내용보다는 그저 이 답답한 공간에서 언제 나갈 수 있을지만 계산하게 된다. 근처에 영화관 대관이라도 해서 다 같이 영화나 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엉뚱한 생각도 했다.
오후 교육과 남아있는 숙제
오후가 되니 더 졸음이 쏟아졌다. 청렴 교육 전문 강사님이 나와서 윤리 의식을 강조하셨는데, 사실 그런 이야기들은 평소에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서인지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옆자리에 앉은 신입 사원은 필기하는 척하면서 핸드폰으로 주식 앱을 보고 있었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교육이 끝나고 나가는 길에 로비에서 봤던 안내문에는 다음 주에 또 다른 팀들이 와서 연수 교육을 받는다고 적혀 있었다. 여기 운영하는 사람들은 매주 이런 풍경을 보겠지 싶었다.
돌아오는 길의 미묘한 기분
천안역으로 돌아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면서 연수원 정문을 다시 한번 봤다. 문득 내가 오늘 여기서 뭘 얻었는지 자문해 봤다. 거창한 의정 역량 강화나 청렴 마인드 함양 같은 거창한 단어들 말고, 그냥 낡은 타일과 불편한 의자, 그리고 멍하니 창밖을 보던 시간들만 기억에 남는다. 차에 올라타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집에 가서 그냥 푹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내일 출근하면 다시 똑같은 업무가 기다리고 있겠지.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덜 닫힌 문처럼 찜찜하게 남은 기분이다.

창고에서 칠판과 논술교재를 보니, 갑자기 며칠 전 대학 시절 벼락치기로 논문을 쓴 기억이 떠올랐네요.
연수원 앞마당 아이들 보면서, 왠지 낯선 분위기랑 같이 지내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낡은 의자와 불편한 동선, 정말 공감했어요. 저도 비슷한 느낌으로 시간 보내본 적이 있는데, 그 공간 자체가 주는 답답함이 제일 힘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