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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조명 세팅하다가 땀만 한 바가지 쏟았다

거창하게 시작하려던 게 잘못이었을까

요즘 들어 뭐라도 기록을 남겨보자는 생각에 덜컥 장비부터 알아봤다. 그냥 폰으로 찍으면 그만인데 왜 그랬을까. 남들 하는 거 대충 검색해보니 다들 프로포토B10 같은 비싼 조명을 쓰거나, 조금 저렴하게 가더라도 Aputure 제품을 필수처럼 이야기하더라. 가격을 보니 100만 원은 우습게 넘어가는데, 솔직히 방구석에서 얼마나 찍는다고 그 돈을 다 쓰나 싶어서 망설여졌다. 결국 당근마켓을 기웃거리다가 누군가 쓰던 스마트링이랑 정체불명의 지속광 조명을 15만 원 정도에 가져왔다. 박스를 뜯는데 벌써부터 귀찮음이 몰려왔다. 이게 뭐라고, 거실 한가운데 삼각대를 세우고 조명을 연결하는데 선들이 엉키기 시작했다. 분명 유튜브 영상에서는 다들 슥슥 하던데 왜 내 건 전원 연결부터가 삐걱거리는지 모르겠다.

무선 수신기는 왜 자꾸 말썽인지

조명은 어떻게 켰는데 이번엔 음성이 문제였다. 틱톡 라이브 방송을 하든 그냥 영상을 찍든 소리가 좋아야 한다길래 무선 수신기를 하나 샀다. 근데 이게 ZHIYUN 짐벌에 물려서 쓰려니까 무게 중심이 안 맞아서 계속 고꾸라진다. 짐벌이 웅웅거리면서 비명을 지르는데 그 소리가 내 속을 긁는 것 같았다. 분명 설명서대로 세팅했는데, 폰을 끼우고 전원을 켜면 짐벌이 힘을 못 쓰고 고개를 떨군다. 30분 넘게 균형 잡느라 진땀을 뺐다. 그냥 다시 폰만 들고 찍을까 싶다가도, 이미 세팅해놓은 조명이 아까워서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만지작거렸다. 스마트폰 거치대 나사 하나가 헛도는 걸 발견했을 때는 진짜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결국 집에 있던 테이프로 대충 감아서 고정했는데, 이게 나중에 촬영하다 툭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하다.

공공기관의 드론 촬영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

중간에 잠깐 딴짓을 하려고 뉴스를 봤는데 예천군에서 드론으로 고해상도 영상을 자체 제작한다는 기사가 있더라. 공공기관은 예산이 있으니 장비도 좋겠지. 고속도로 포트홀 잡는 AI 장비니 보안용 PTZ 카메라니 하는 것들을 보니까 내가 지금 거실에서 조명 하나 세우려고 낑낑대는 게 참 작아 보였다. 그 사람들은 업무 효율을 위해 그런 장비를 쓰는 거겠지만, 나는 그냥 내가 조금 더 예쁘게 나오겠다고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거니까. 장비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는 건 알겠는데, 내 실력이 그 장비를 따라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카메라 렌즈 앞을 닦아도 왠지 모르게 화면이 뿌연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

영상 편집은 아직 시작도 못 했다

어찌저찌 세팅을 끝내고 테스트 촬영을 10분 정도 했다. 사실 10분 촬영이라고는 하지만, 중간에 조명 각도 조절하고 짐벌 재설정하느라 멈춘 시간이 더 길었다. 영상을 확인해보니 조명이 너무 정면으로 쏘아서 얼굴이 평면처럼 나온다. 턱 밑에 그림자가 진하게 생겨서 무슨 공포 영화 찍는 것 같다. 조명 밝기를 낮추면 노이즈가 자글자글하고, 높이면 얼굴이 하얗게 뜨고. 이게 적정선을 찾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사람들은 어떻게 매번 그렇게 깔끔하게 영상을 뽑아내는지 신기할 뿐이다. 조명을 옆으로 옮겨보고 다시 찍으려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다. 배가 고파지니 갑자기 의욕이 뚝 떨어진다.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책상 옆에 널브러진 조명 전선들을 보는데 한숨만 나온다. 이게 나중에 영상이 잘 나오면 보람이라도 있겠지. 근데 막상 찍어놓은 영상을 보니 내 목소리는 너무 작고, 조명은 어설프게 반사돼서 안경에 하얀 빛이 비친다. 이걸 다시 다 수정하려면 얼마나 더 걸릴까. 아마 내일쯤이면 다 치워버리고 원래대로 폰만 들고 촬영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장비가 전부라고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장비를 다룰 준비가 안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장비를 당장 되팔기에는 또 아깝고, 어중간한 상태로 방치될 것 같다. 당분간은 그냥 이 조명들을 거실 장식품처럼 두고 살아야겠다. 딱히 해결책도 없고, 그냥 조금 귀찮은 상태로 시간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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