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말, 킨텍스에서 열린 플레이엑스포를 다녀왔다. 딱히 거창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집에만 있기가 좀 그래서 바람이나 쐴 겸 나간 거였다. 요즘 여기저기서 VR이니 메타버스니 하는 소리가 하도 들리니까, 도대체 현장에선 뭘 어떻게 보여주나 싶기도 했고. 근데 막상 가서 줄 서고 기기 착용하고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번거롭더라. 예전에는 그냥 모니터로 보던 걸 왜 굳이 무거운 헤드셋을 쓰고 봐야 하는 건지, 줄 서 있는 동안 잠시 후회했다.
미래행 플랫폼이라는 이름의 부스 체험기
‘XR 센트럴 스테이션’이라는 구역이 있어서 줄을 섰다. 무슨 미래 여행을 떠나는 컨셉이라는데, 대기 시간만 40분이 넘었다. 현장에서 5,000원 정도를 내고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나는 무료로 개방된 구역만 둘러봤다. 헤드셋을 딱 쓰니까 화면이 바뀌긴 하는데, 생각보다 해상도가 아주 선명한 건 아니었다. 내 눈이 너무 높은 건지, 아니면 아직 기술이 거기까지인 건지. 가상 공간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10분쯤 지나니까 슬슬 어지럼증이 올라왔다. 주변 사람들도 다들 비슷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다가 기기를 벗고는 한숨을 푹 쉬더라.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안심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왜 다 가상으로 바꾸려 할까
전시장 한구석에는 사이버 모델하우스 홍보관이 있었다. 예전에는 실물 모델하우스를 짓느라 돈을 엄청 썼는데, 이제는 VR로 다 해결한다고 홍보하는 모양이다. 상담하시는 분이 탭을 보여주면서 설명해주는데, 손가락으로 화면을 요리조리 돌리면 아파트 내부가 360도로 보였다. 이게 과연 집을 사는 사람들에게 진짜 도움이 될까 싶었다. 실제로 가서 보면 재질이나 층고, 창밖 풍경 같은 미세한 감각이 중요한데, 화면 속 가상 공간은 너무나도 매끈하고 차가워 보였다. 집이라는 건 단순히 공간의 넓이가 아니라 거기서 느껴지는 공기 같은 게 있을 텐데 말이다.
헤어스타일 분석해주던 AI 포토부스의 잔상
전시장을 돌다 보니 얼굴을 인식해서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추천해주는 AI 포토부스가 보였다. 이건 좀 흥미로웠다. 내 얼굴을 스캔하더니 화면 속에서 가상으로 머리 모양을 바꿔주는데, 사실 아주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굳이 돈 들여서 미용실 안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저렇게 추천해준다고 내가 저 스타일을 할 것 같진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술은 발전하는데, 사람들의 니즈는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구석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랄까. 인지 기능이나 신체 기능을 체크해주는 의료용 VR 솔루션들도 눈에 띄었는데, 그런 건 정말 유용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보급 초기라 그런지 투박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기술은 좋아지는데 몸은 따라가기 힘들다
한 서너 시간 돌고 나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다리가 아픈 것보다 머리가 띵한 게 더 컸다. 아마 VR 기기를 계속 쓰고 벗고 하면서 눈에 피로가 많이 쌓인 탓이겠지.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창밖을 보는데, 스마트폰 화면보다 밖의 풍경이 훨씬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나중에 다시 가라면 글쎄, 조금 고민될 것 같다. 뭔가 대단한 기술을 맛보고 온 것 같긴 한데, 집에 돌아와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훨씬 실질적인 위로가 되는 기분이다. 다음에 이런 기술을 또 접하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워져 있을지 궁금하긴 하다. 지금은 그저 좀 낯설고, 약간은 불편한 숙제 같은 느낌이 남았다.

AI 포토부스에서 제 머리 스타일 추천받고 순간 헷갈렸어요.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은 다름 그렇지 않나요?
VR 체험하고 나서 몸이 뻐근한 느낌이 정말 이상하더라구요. 화면으로 보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크네요.
정말 공감되네요. VR 체험 후 어지러움 때문에 쓴소리하는 기분이었어요. 가상현실은 좋은데, 우리 몸은 아직 적응이 안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