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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쥬스 액상을 고르다가 문득 챌린지 영상들을 찾아보게 됐다

동네 전자담배 가게에서 보낸 오후

주말에 문득 전자담배 액상을 새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쓰던 게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서 퇴근길에 늘 들르는 집 앞 가게로 향했다. 사장님은 오늘도 분주하게 뭔가를 정리하고 계셨다. 들어가자마자 저번에 샀던 청포도 맛이 너무 달아서 입안이 텁텁했다고 하니, 이번에는 좀 깔끔한 걸 추천해달라고 했다. 예전에 얼려먹고싶오 시리즈도 꽤 사봤는데, 레드볼은 처음엔 괜찮더니 뒤로 갈수록 맛이 미묘하게 변해서 결국 반도 못 비우고 버렸던 기억이 난다. 사장님은 내 고민을 듣더니 잽쥬스(ZAP JUICE) 라인을 슬쩍 꺼내 놓으셨다. 이름이 참 직관적이라고 생각했다. 잽, 잽이라니. 권투도 아니고.

우연히 겹친 이름들

가게 안에서 액상 이름을 들으니 며칠 전 유튜브 쇼츠에서 봤던 빌리의 영상이 떠올랐다. ‘ZAP’이라는 노래가 이번에 그렇게 화제라던데, 나도 모르게 인스타그램 챌린지 영상을 꽤 여러 개 봤던 것 같다. 누적 2300만 뷰가 넘었다는 기사를 봤는데, 실감이 났다. 잽쥬스 액상 병을 들고 고민하고 있는데, 휴대폰 알람으로 뜬 최두호 선수의 경기 리뷰 기사에도 ‘왼손 잽’이라는 표현이 보였다. 그냥 일상적인 단어일 뿐인데 왜 이렇게 갑자기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왠지 모르게 머릿속이 잽, 잽, 잽으로 가득 찬 기분이었다.

챌린지 영상을 보며 느낀 묘한 피로감

집에 돌아와서 액상을 세팅하고 멍하니 챌린지 영상들을 다시 돌려봤다. 예전에는 댄스 챌린지 같은 게 그냥 젊은 친구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요즘은 뉴스에도 나오고 다들 따라 하니까 괜히 나도 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따라 하기에는 내 몸이 너무 굳어있다는 걸 안다. 영상 속에서는 다들 가볍게 스텝을 밟는데, 화면 밖의 나는 그저 액상 팟을 갈아 끼우며 씁쓸한 증기를 뱉어낼 뿐이다. 박재범이 나온 챌린지 영상도 봤는데, 왜 사람이 저렇게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지 신기했다. 내가 하면 잽이 아니라 그냥 허우적대는 거겠지.

삼체와 모의고사가 섞인 기묘한 저녁

액상을 채우고 나니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침대에 누워 김정운 교수의 책을 좀 들춰보다가, 책장에 꽂힌 삼체 시리즈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사두고 앞부분만 읽다가 말았는데, 갑자기 외계 문명 이야기에 몰입하고 싶어졌다. 옆에는 작년에 동생이 보겠다고 사놓은 EBS 모의고사 문제집이 굴러다니는데, 이게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 참 정신없는 내 방 풍경이다. 가상현실이나 외계인 이야기 같은 거창한 주제와, 당장 내일 해야 할 일, 그리고 오늘 사 온 액상 한 병이 묘하게 섞여서 일요일 밤을 보내고 있다. 무언가 거창한 걸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결국은 그냥 잽쥬스를 채우고 멍하게 앉아있는 게 오늘 나의 결론인가 보다.

뚜렷하지 않은 마무리

액상 맛은 적당히 괜찮은 것 같다. 너무 달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밍밍하지도 않아서 당분간은 이걸 계속 쓰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왠지 며칠 지나면 또 질려서 다른 걸 찾아가겠지. 사장님은 이게 요즘 제일 잘 나간다고 했지만, 사실 그 말도 반쯤은 흘려들었다. 사람마다 입맛은 다 다르니까. 내일은 또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이 잽처럼 강렬하게 다가오지만, 그냥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렇게 적당히 흘러가는 게 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여전히 삼체는 앞부분만 읽고 덮어뒀다. 어쩌면 내일은 다 읽을지도 모르겠다.

“잽쥬스 액상을 고르다가 문득 챌린지 영상들을 찾아보게 됐다”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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