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학점이 필요해져서 교육원 사이트를 뒤적거리던 시작 단계
회사를 다니면서 갑자기 공부를 다시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대단한 계기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냥 문득 지금 하는 일 말고 다른 기술이라도 하나 더 얹어두어야 나중에 덜 불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가상현실 관련 기술이나 3D프린팅 쪽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관련 자격증이나 시험 응시 자격을 갖추려면 일단 일정 학점 이상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학을 이미 졸업하긴 했지만 전공이 전혀 달라서 관련 학점을 새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다들 학점은행제 교육기관을 통해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채울 수 있다고 하길래, 무작정 검색창을 켜고 여러 교육원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통 감이 오지 않았다. 대학교 때 듣던 인터넷 강의 같은 건 줄 알았는데, 학점 인정 신청이니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니 하는 생소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와서 머리부터 아팠다. 교육원 종류는 왜 이렇게 많고 이름은 또 왜 다 비슷한지, 배움사이버평생교육원이나 해커스, 메가원격평생교육원 같은 곳들이 계속 화면에 걸렸다. 광고 글이 너무 많아서 진짜 내 돈 내고 들은 사람들의 후기를 찾기가 무척 힘들었다.
야간대학교 등록금과 비교해보고 일단 온라인으로 마음을 굳힌 이유
처음에는 차라리 퇴근하고 직접 가서 듣는 야간대학교가 나을지 고민도 해봤다. 아무래도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는 것보다 강제성도 있고 제대로 배우는 느낌이 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색해보니 야간대학교는 한 학기 등록금만 해도 이백만 원이 훌쩍 넘어가고, 매주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오프라인으로 출석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너무 컸다. 야근이 잦은 내 직장 생활 패턴으로는 도저히 매 학기 그 돈을 내며 버틸 자신 이 없었다. 반면에 원격평생교육원은 과목당 비용이 보통 15만 원 안팎으로 책정되어 있었고, 마침 무슨 패키지 할인 같은 이벤트 기간이라 과목당 4만 9천 원 선에서 수강할 수 있었다. 다 합쳐도 야간대학교 한 학기 비용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비용 차이가 너무 나다 보니 일단은 온라인으로 시작해보고, 만약 안 맞으면 그때 가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결제 페이지를 눌렀다. 어차피 학위 취득이 목적이든 자격증 응시 자격을 맞추는 게 목적이든 결과적으로 학점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범용공동인증서 발급부터 막혔던 첫 주차의 자잘한 스트레스
결제를 마치고 강의가 개강하기만을 기다렸는데, 첫날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짜증이 났다. 강의를 수강하려면 그냥 로그인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범용공동인증서’라는 게 필수라고 팝업창이 떴다. 평소에 모바일 뱅킹으로 간편 비밀번호나 페이스아이디만 쓰던 나에게 공동인증서, 그것도 4,400원짜리 수수료를 내고 발급받아야 하는 범용 인증서는 시작부터 귀찮은 장애물이었다.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안 카드를 찾고, 비밀번호를 몇 번 틀려서 결국 점심시간에 은행 지점까지 방문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겼다.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의 은행 대기는 그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다. 게다가 교육원 사이트는 왜 그리 보안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하는지, 크롬 브라우저에서 몇 번이나 오류가 나서 새로고침을 해야 했다. 겨우 로그인을 하고 첫 강의를 켰을 때는 이미 진이 다 빠진 상태였다. 100% 온라인 수업이라 아주 편할 줄만 알았는데, 시작하기 전의 시스템 설정 단계가 이렇게 번거로울 줄은 몰랐다.
퇴근 후 배움사이버평생교육원 강의를 틀어놓고 졸았던 15주의 기록
수업은 한 학기가 15주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매주 화요일마다 새로운 주차의 강의가 열렸는데, 2주 안에만 들으면 출석으로 인정되는 구조였다. 처음 한두 주 동안은 퇴근하자마자 컴퓨터 앞에 바짝 앉아서 필기도 해가며 열심히 들었다. 하지만 삼 주 차가 넘어가고 회사 일이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강의는 그냥 화면 한구석에 켜놓는 백그라운드 소음처럼 변해갔다. 피곤한 몸으로 밤 11시에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교수님의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서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강의 배속 조절이 안 되는 과목들도 있어서, 그 긴 시간을 꼼짝없이 컴퓨터 앞에서 채워야 하는 게 고역이었다. 게다가 휴대폰으로 들으려면 전용 앱을 깔아야 하는데, 그 앱도 가끔 멈추거나 출석 체크가 누락되는 일이 생겨서 불안한 마음에 결국 퇴근 후 집에 와서 굳이 데스크톱을 켜서 듣곤 했다. 온라인 평생학습원 수업이라는 게 시간 관리가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내가 스스로 채찍질하지 않으면 한없이 밀릴 수 있다는 단점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시험이랑 과제 토론이라는 복병을 마주하고 느낀 막막함
단순히 강의만 들으면 끝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중간고사 기간이 되어서야 뼈저리게 깨달았다. 시험도 온라인으로 치르는데, 정해진 시간 내에 컴퓨터 화면으로 문제를 풀고 제출해야 했다. 오픈북이라 쉽다고들 하던데, 교안 파일에서 검색(Ctrl+F)을 해도 나오지 않는 꼬아낸 문제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시험을 보면서 손에 땀이 났다. 여기에 더해 ‘토론’과 ‘과제’라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토론은 게시판에 특정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을 적고 다른 수강생의 글에 댓글을 달아야 하는 형식이었는데, 전혀 관심도 없는 주제에 대해 억지로 그럴듯한 문장을 지어내려니 무척 곤혹스러웠다. 과제는 또 A4 용지 3장 내외로 리포트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했는데, 참고 자료를 찾느라 주말 내내 구글링을 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남들은 쉽게 쉽게 학점을 딴다고 하던데, 나처럼 요령이 없는 사람에게는 매주 닥쳐오는 일정들이 하나하나 거대한 장벽 같았다.
학점 인정 신청을 앞두고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찝찝한 기분
모든 과정을 겨우 끝내고 성적 확인까지 마쳤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평생교육원에서 이수한 학점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정식으로 등록하는 ‘학점인정 신청’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1월, 4월, 7월, 10월에만 신청이 가능한데, 이 시기를 놓치면 다음 분기까지 기다려야 해서 계획했던 일정이 꼬이게 된다. 나 역시 행정 절차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내년에 보려던 시험 자격 요건을 맞추지 못할까 봐 달력에 몇 번이나 알람을 등록해 두었다. 비용을 아끼고 내 일정에 맞춰 공부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던 온라인 학점은행제였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자잘한 시스템 오류와 매주 쫓기듯 채워야 했던 출석, 그리고 아직 최종적으로 학점이 등록되기 전까지의 이 불안함은 생각보다 유쾌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결국 어떻게든 끝내긴 했지만, 다시 또 이런 온라인 과정을 시작하라고 한다면 선뜻 결제 버튼을 누르기는 힘들 것 같다.

저도 처음 온라인 강의 들을 때, 시스템 오류 때문에 진짜 짜증이 났었어요. 특히 출석 관리 때문에 매일매일 시간 체크하는 게 너무 번거로웠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