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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 디스커버리 네이처스케이프에 VR체험 하러 갔다가 어지러움만 잔뜩 얻고 온 날

의왕 타임빌라스 구석에 있는 매표소 앞에서의 첫 대기

날씨가 너무 덥거나 비가 올 것 같으면 아무래도 실내 위주로 갈 만한 곳을 찾게 된다. 저번 주말에는 조카가 하도 심심하다고 노래를 불러서 예전부터 대충 이름만 들어봤던 디스커버리 네이처스케이프 의왕에 다녀왔다. 위치는 롯데아울렛 타임빌라스 2층 구석 쪽에 있는데,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길부터 벌써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치기 시작했다. 주차를 간신히 하고 매표소 앞으로 갔더니 주말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입장 대기 시간만 50분이라고 적혀 있었다. 기다릴까 말까 하다가 이미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서 대기 등록을 해두고 아울렛 야외 광장을 멍하니 돌아다녔다. 날은 습하고 조카는 계속 언제 들어가냐고 징징대는데, 입장도 하기 전에 체력이 반쯤 깎인 기분이었다. 가격표를 보니 주말 소인 기준으로 28,000원 정도였고 대인은 23,000원이었는데, 둘이 합쳐서 5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내고 굳이 이 고생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래도 오랜만에 약속한 거라 꾹 참고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어설프게 머리에 얹어두는 VR 기기의 묘한 냄새와 무게감

안으로 들어가니 조명이 어둡고 뭔가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체험하는 공간이 꽤 인기였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끝에 머리에 쓰는 VR 헤드셋을 받았는데, 솔직히 첫인상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다. 여러 사람의 이마와 닿았던 물건이라 그런지 미지근한 온기가 남아 있었고,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땀 냄새가 섞인 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직원이 물티슈로 슥 닦아주기는 하지만 스펀지 패드에 스며든 눅눅함까지는 지우지 못한 것 같았다. 조카 녀석은 신나서 바로 썼지만, 나는 머리 크기에 맞게 끈을 조절하는 것부터 삐걱거렸다. 안경을 쓴 채로 그 위에 덧씌우려니 눈가가 눌려 뻑뻑했고, 렌즈 초점이 잘 맞지 않아서 화면이 흐릿하게 보였는데 뒤에 대기하는 사람들이 눈치 보여서 그냥 대충 맞춘 채로 시작했다. 가상 화면 속에서 절벽을 걷거나 하늘을 나는 연출이 나오는데, 화면의 미세한 딜레이 때문인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조카는 신나서 허공에 허우적대는데 나는 빨리 이걸 벗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렌즈 부분에 미세한 먼지가 계속 거슬려 시야가 답답했던 것도 짜증을 더했다.

생각보다 좁았던 미로 같은 통로와 뜻밖의 체력 소모

여기가 단순히 앉아서 가상 화면만 보는 곳이 아니라, 직접 걸어 다니며 센서를 태그하는 일종의 스포츠체험 요소가 섞여 있었다. 손목에 차는 밴드를 벽면 센서에 갖다 대면 점수가 올라가는 방식인데, 동선이 생각보다 꼬여 있었다. 계단을 오르내리고 좁은 그물망을 통과해야 하는 구간도 있었는데, 몸집이 큰 성인이 지나가기에는 꽤 좁고 불편했다. 특히 조카를 따라잡으려다 보니 무릎이 천장에 닿을 뻔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바닥이 푹신한 매트로 되어 있어서 발목은 안전해 보였지만, 먼지가 좀 날리는 느낌이 들었다. 센서가 한 번에 인식이 안 돼서 밴드를 서너 번씩 쾅쾅 두드려야 겨우 삑 소리가 나는 것도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점수 경쟁을 유도하는 것 같긴 한데, 가뜩이나 어두운 조명 아래서 이리저리 헤매다 보니 내가 지금 운동을 하러 온 건지 놀러 온 건지 분간이 안 갔다. 가상현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이런 물리적인 좁은 공간에서의 이동은 결국 육체노동에 가깝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기 시작하자 겉옷을 걸칠 곳이 없어 손에 들고 다녀야 했던 것도 걸리적거렸다.

흔한 키즈카페나 예전 신촌 VR방과의 소소한 차이점

문득 예전에 신촌에 있는 작은 빌딩 건물에 있던 VR체험 매장에 갔던 기억이 났다. 거기는 그냥 좁은 방 하나를 빌려서 기기를 쓰고 제자리에서 게임을 하는 방식이라 공간의 답답함은 있었어도 이렇게 몸이 사방으로 고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또 일반적인 대형 키즈카페들은 보통 부모들이 쉴 수 있는 테이블이나 카페테리아가 비교적 넓게 확보되어 있는데, 여기는 체험장 성격이 강해서 그런지 앉아서 쉴 만한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통로 구석에 몇 개 놓여 있는 철제 의자가 전부였고, 그마저도 이미 지친 부모들이 다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공간 자체가 어두컴컴하고 소리가 사방으로 울리는 구조라 오래 머물수록 머리가 띵해지는 단점도 있었다. 신촌의 VR방이 좁지만 아늑한 골방 느낌이었다면, 여기는 스케일은 큰데 정작 머무르기에는 다소 피로도가 높은 기획된 세트장 같은 느낌이 강했다. 장단점이 뚜렷하다기보다 그냥 지향하는 바가 달라서 생기는 어색함 같았다.

이용 시간 2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벤치에 누워 보낸 시간들

이용 시간제한이 기본 2시간이었는데, 우리는 1시간 20분 정도 지났을 때 이미 완전히 뻗어버렸다. 조카도 처음엔 방방 뛰더니 나중에는 다리가 아프다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입구 쪽 얇은 벤치에 겨우 자리가 나서 조카를 앉히고 나도 옆에 걸터앉았는데, 주변을 보니 우리처럼 멍한 표정으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어른들이 수두룩했다. 땀은 비 오듯 흐르고 에어컨 바람은 들어오는데 땀이 식으면서 으슬으슬 추워졌다. 결국 2시간을 꽉 채우지 못하고 15분 정도 남겨둔 상태에서 퇴장 게이트로 향했다. 나가는 길에 기념품 숍을 지나쳐야 하는 구조도 조금 피곤했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조카를 달래며 밖으로 나오니, 차라리 아까 대기할 때 봤던 야외 잔디밭에서 돗자리나 깔고 누워 있는 게 훨씬 나았을지도 모겠다는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돈은 돈대로 쓰고 몸은 쑤시는데, 과연 조카에게 이게 정말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았을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음번엔 그냥 조용한 자연 체험장이나 데려가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하며 주차장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의왕 디스커버리 네이처스케이프에 VR체험 하러 갔다가 어지러움만 잔뜩 얻고 온 날”에 대한 3개의 생각

  1. 신촌 VR방이랑 비교해보니, 공간 자체가 너무 답답해서 오히려 몸이 더 지치더라고요. 특히 계단 때문에 균형을 잡으려고 신경 쓰느라 게임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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