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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형 콘텐츠와 VR 도입, 현장에서 본 기대와 현실의 간극

최근 지자체나 전시 기획 단계에서 VR이나 실감형 콘텐츠를 넣는 게 거의 공식처럼 굳어지는 느낌입니다. 며칠 전에도 지역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기획 회의에 참관인으로 참석했는데, 다들 예산의 상당 부분을 LED 패널과 VR 기기 구입에 할애하더군요. 하지만 현장에서 수년간 실감형 콘텐츠 프로젝트를 지켜본 입장에서, 이게 과연 정답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구심이 듭니다.

제가 겪었던 한 사례를 말씀드려보겠습니다. 2년 전, 지역 역사관을 리모델링하면서 VR 기반 체험존을 크게 만들었습니다. 예산만 수천만 원이 들었죠. 개관 초기에는 화려한 비주얼 덕분에 줄을 서서 체험했지만, 딱 3개월이 지나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기기 관리가 안 되니 헤드셋 폼은 땀 냄새가 나고, 소프트웨어는 업데이트가 멈춰서 화면이 끊기기 일쑤였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VR 기기를 멀리하고, 옆에 있던 낡은 도슨트 판넬만 보고 지나가더군요.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은 ‘최신 기술이 반드시 최상의 만족도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프로젝트에서 많은 분이 저지르는 공통적인 실수는 ‘콘텐츠의 영속성’을 과소평가한다는 점입니다. 초기 도입 비용은 5천만 원에서 1억 원 내외로 설정하고 예산을 짜지만, 매달 업데이트되는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비용이나 노후화된 기기 교체비용은 고려하지 않죠. 이 부분이 바로 많은 프로젝트가 1년도 안 되어 애물단지가 되는 지점입니다. 하드웨어 스펙만 높이면 다 해결될 거라 믿는 건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사고방식입니다.

물론 실감형 콘텐츠가 항상 나쁜 선택인 건 아닙니다. 인터렉티브 게임 요소를 잘 섞어서 사람들의 이동 동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하는 전시 기획에서는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제가 고민하는 지점은 ‘과연 이게 굳이 디지털이어야 하는가’입니다. 아날로그적인 설명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경우도 많거든요. 예를 들어, 어설픈 VR로 가상 공간을 재현하느니 차라리 공간의 조명과 사운드에 더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비용 효율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이건 정말 현장에 있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현장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 지인은 최근 스마트립 콘텐츠를 도입하며 모바일 스탬프 투어를 병행했는데, VR 기기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훨씬 높은 사용자 참여도를 이끌어냈습니다. 굳이 비싼 디스플레이를 설치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대안은 많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곳들이 VR 기기라는 ‘보여주기식 결과물’에 매몰되어 있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사실 저도 이게 맞는지 확신은 없습니다. 시대 흐름상 안 할 수는 없는데, 막상 하면 골칫덩이가 되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말이죠.

결국 이 분야의 의사결정은 ‘얼마나 관리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매일 아침 기기를 점검하고, 소프트웨어를 관리할 전담 인력이 있다면 VR 도입은 좋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기획만 던져놓고 운영은 지자체나 비전문가에게 맡길 생각이라면, 과감하게 실감형 콘텐츠 대신 다른 대안을 찾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이 조언은 신규 예산을 확보해 무언가 대단한 결과물을 내야 하는 기획자들에게는 당장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1년 뒤, 3년 뒤에도 욕먹지 않을 기획을 원한다면, 오늘 제가 말한 ‘관리의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지금 당장 예산을 집행하기 전에, 기술을 제외하고도 이 전시가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 질문해보세요. 만약 기술이 없어도 전시가 성립한다면, 그때 비로소 기술을 더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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