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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VR 화재 대피 훈련을 하겠다고 고집부린 결과

어쩌다 시작된 VR 안전 교육 준비

회사에서 매년 하는 의무 교육이 지겹기도 했고, 이번에는 뭔가 좀 실질적인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VR 화재 대피 체험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간단하게 VR 기기 하나 빌려서 사무실 빈 회의실에 설치하면 되겠지 싶었다. 소방관들이 와서 보여주는 영상보다 직접 해보는 게 낫지 않겠냐는 내 의견이 채택되면서 일이 커졌다. 업체 리스트를 뽑아보니 하루 대여료가 보통 3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였는데, 기기랑 런닝머신 같은 것까지 빌리면 예산이 생각보다 훌쩍 넘어가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VIVE 장비 위주로 구성된 세트를 겨우 맞췄다.

좁은 회의실에서의 예상 밖의 난관

막상 장비가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걸 도대체 어디에 다 넣지?’였다. HTCVIVE 장비는 케이블이 정말 많다. 설치 기사님이 오셔서 2시간 정도 세팅해주셨는데, 센서 위치 잡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회의실 테이블을 다 밀어내고 겨우 공간을 만들었는데, 막상 사람이 VR 헤드셋을 쓰고 소화기 모양 컨트롤러를 들고 움직이니까 옆에서 보는 사람이 다 불안했다. 화재 현장 모드를 켜면 사방에서 연기가 나는 영상이 나오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헤드셋 무게 때문인지 5분만 지나도 목이 아프다고 했다.

소화기 체험과 실제 조작의 거리감

VR 속에서 소화기 핀을 뽑고 쏘는 동작을 시뮬레이션하는데, 이게 컨트롤러의 진동만으로는 실제 소화기 무게나 압력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화면 속 불은 잘 꺼지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불이 나면 이렇게 침착할 수 있을까 싶었다. 사실 그냥 영상 보는 거랑 큰 차이가 있나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헤드셋 쓰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렇게 어수선해지는구나’ 하는 걸 눈으로 확인한 건 나름의 수확이었다. 다만 10명 정도 체험하고 나니 기기 닦고 소독하는 게 진짜 일이었다.

기기 세팅과 반납의 피로감

렌탈 업체에서 빌린 기기들은 생각보다 상태가 제각각이었다. 어떤 건 컨트롤러 인식이 자꾸 끊겨서 중간에 다시 세팅해야 했고, 그럴 때마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렌탈 시간이 8시간 기준이었는데, 사실상 교육 준비랑 기기 정리에 4시간이 넘게 들어갔다. 그냥 소방서 견학을 가거나 전문 강사를 초빙하는 게 비용이나 효율 면에서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끝날 때쯤 되니 여기저기서 케이블이 엉켜서 이걸 다시 박스에 넣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여전히 남는 찝찝함

행사는 어찌어찌 끝났고 다들 재미있었다고는 했다. 하지만 진짜 화재가 났을 때 이 경험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안전 교육이라는 게 원래 좀 지루하더라도 확실하게 숙지하는 게 중요한 건데, 우리는 너무 ‘체험’ 자체에 매몰되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다음번에 또 하라고 하면 글쎄, 기기 관리하고 설치하느라 땀범벅이 되었던 기억 때문에 아마 말릴 것 같다. VR이 신기하긴 하지만, 안전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게 게임처럼 습득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며칠째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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