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주친 사이버 미술관의 세계
주말에 딱히 할 일은 없고 나가기는 귀찮아서 누워 있다가 예전에 즐겨찾기에 넣어둔 사이버 미술관 링크를 하나 눌렀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굳이 전시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집에서 클릭 몇 번이면 그림을 볼 수 있다고들 하니까. 예전에 부산 VR 체험관에 갔을 때 썼던 투박한 기계랑은 확실히 달랐다. 그때는 안경이 너무 무거워서 10분만 지나도 코가 눌리고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지금은 그냥 마우스만 까딱거리면 된다. 생각해보니 그 시절 2만 원인가 3만 원 정도 내고 들어갔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보는 건 공짜라니 세상이 참 변하긴 했다.
마우스 클릭으로 훑는 전시장의 낮선 감각
화면 속에 구현된 전시장은 생각보다 정교했다. 벽면의 질감이나 조명까지 꽤 신경 써서 만든 티가 났다. 하지만 막상 작품 앞에 다가가서 설명을 읽으려고 하면 마우스 커서를 정교하게 위치시켜야 하는 게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실제 미술관이라면 고개를 살짝 돌리거나 다가가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인데, 여기서는 마우스 휠을 굴리고 클릭을 반복해야 하니 전시의 흐름이 자꾸 끊겼다. 특히 특정 작품을 자세히 보고 싶은데 시점이 갑자기 튀어버릴 때는 조금 짜증이 났다. 이게 과연 미술을 즐기는 방식이 맞는 건지, 아니면 게임의 퀘스트를 수행하는 건지 순간 헷갈리기 시작했다.
2D 화면과 실제 공간 사이의 괴리감
디지털로 옮겨진 그림들은 색감이 평소 보던 느낌이랑 미묘하게 달랐다. 모니터 밝기 때문인지, 아니면 애초에 웹 환경에 맞춰서 보정을 거친 건지 알 수 없지만 실물을 봤을 때의 그 묵직한 느낌이 전혀 살지 않았다. 사실 미술관이라는 곳이 단순히 작품만 보는 공간은 아니지 않나. 옆 사람의 발소리, 웅성거리는 분위기, 전시실 특유의 서늘한 공기 같은 것들이 합쳐져야 비로소 ‘전시를 봤다’는 기분이 드는 건데, 지금은 그냥 방 안에서 하얀색 형광등 아래 혼자 화면을 보며 클릭질을 하고 있으니 어딘가 허전했다. 360도 뷰로 방 안을 둘러봐도 결국엔 나 혼자라는 사실만 더 도드라졌다.
기술이 전시를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
요즘 생성형 AI로 그린 그림들이나 사이버 아트를 다루는 온라인 전시도 꽤 많아진 것 같다. 세종사이버대 같은 곳에서 AI 아트전을 연다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 어쩌면 이런 공간이 그들에게는 최적의 장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전적인 추상화나 규모가 큰 조각들을 이런 좁은 화면 안에 가두는 게 과연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물론 지방에 살거나 거동이 불편해서 미술관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대안이 되겠지만, 나처럼 그저 귀찮음을 핑계로 앉아있는 사람에게는 그냥 ‘본 척’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결국 다시 미술관으로 향하게 될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그렇게 화면 속을 헤매다 보니 눈이 침침해졌다. 그냥 인터넷 창을 닫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전시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결국 ‘진짜 그림 보러 가야겠다’는 결심뿐이었다. 다음 주말에는 카메라 하나 들고 근처에 있는 미술관이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다. 3D로 구현된 사이버 공간이 나쁘다는 건 아닌데, 작품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을 때의 그 시간까지는 아직 데이터로 완벽하게 변환되지 않는 것 같다. 혹은 내가 너무 아날로그적인 방식에 길들여진 건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이 방식이 나에게 딱 맞는 경험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한 번쯤 해볼 만한 시도였지만, 두 번 다시 찾게 될지는 솔직히 조금 고민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