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DDP에서 열린 전시회에 다녀왔어요. 한일 톱스타 62인인가? 뭐 그런 이름이었는데, 솔직히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사진만 덜렁 있는 거 아니야 싶었죠. 근데 이게 웬걸, 생각보다 볼 게 많더라고요. 특히 제 눈길을 사로잡은 건 바로 인터랙티브 콘텐츠였어요.
직접 참여하는 전시, 신기하긴 했는데
이번 전시에는 AI 기반 모션 그래픽이랑 인터랙티브 포토존, 참여형 아트월 같은 게 있었어요. 그러니까 단순히 벽에 걸린 그림이나 사진만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뭔가에 참여하고 거기서 오는 반응을 보는 거죠.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꽤 신기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어떤 존에서는 제 움직임을 인식해서 화면에 그래픽이 막 따라 움직이는데, 마치 제가 그림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사진 찍는 포토존도 그냥 배경 앞에서 찍는 게 아니라, 제 얼굴이나 움직임에 맞춰서 배경이 바뀌거나 효과가 더해지니까 훨씬 재밌었고요.
디지털 방명록, 이게 핵심이었네
근데 진짜 최고는 따로 있었어요. 바로 ‘디지털 방명록’이라는 거였는데, 이게 뭐냐면 벽면에 커다란 터치스크린 같은 게 쭉 이어져 있는 거예요. 거기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쓸 수 있게 해놨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낙서하는 곳인가 했는데, 옆에 서 있던 다른 관람객들이랑 같이 그림을 그리는데 이게 은근히 경쟁도 되고, 서로 뭘 그리는지 보면서 웃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뭘 그려야 할지 몰라서 쭈뼛거리다가, 앞에 있던 아이가 엄청 알록달록하게 뭘 그리길래 저도 따라서 막 그림을 그렸어요. 나중에는 몇몇 사람들이 계속 와서 그림을 덧붙이고, 지우고, 또 새로 그리고 하니까 하나의 거대한 작품처럼 변해가는 게 보였어요. 이게 정말 신기했던 게, 제가 그린 그림이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잠시 후에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면서 계속 남아있는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전시의 일부가 된 느낌이랄까?
은근히 짜증 났던 점
근데 이런 인터랙티브 콘텐츠라는 게, 생각보다 사람이 몰리면 좀 짜증 날 때가 있더라고요. 제가 그 디지털 방명록 앞에서 한참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자꾸 재촉하는 거예요. 빨리하라고. 아니, 내가 뭘 그리든 내 마음이지. 그리고 어떤 부분은 또 터치가 잘 안 먹히는 구간도 있었어요. 막 문질러야 겨우 그려지고, 아니면 아예 인식 못 하는 부분도 있고. 분명히 5만원 정도 내고 입장권을 샀는데, 이 정도면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제가 간 날이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서 더 그랬던 걸 수도 있는데, 조용히 작품 감상만 하고 싶을 땐 오히려 이런 인터랙티브 존이 방해가 될 때도 있더라고요. 뭐, 전시의 취지상 참여를 유도하는 게 맞긴 하지만, 너무 붐비면 오히려 집중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다시 찾아갔던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 디지털 방명록 때문에 전시를 한 번 더 가게 됐어요. 첫날은 사람도 너무 많고 정신없어서 제대로 못 봤는데, 둘째 날 평일에 다시 가보니 사람이 훨씬 적은 거예요. 그래서 다시 그 방명록 앞에 서서,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차분하게 제 그림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린 그림들을 구경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신기하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두 번째 갔을 때는 그 안에 담긴 여러 사람들의 메시지나 그림들을 보면서 뭔가 묘한 감정도 들고… 뭐랄까, 혼자 온 전시가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심지어 제가 처음 그렸던 그림이 다른 화면에 또 보이는 걸 발견하고 괜히 반갑기도 했고요.
그래도 아쉬운 점은…
솔직히 말하면, 이게 VR이나 AR처럼 막 엄청나게 몰입되는 건 아니었어요. 그냥 큰 화면에 터치하는 수준이니까요. 그래도 이게 그냥 보기만 하는 전시와는 분명히 다른 경험을 준다는 건 확실했어요. 다음에도 이런 전시를 한다면, 또 이런 인터랙티브 존이 있는지 꼭 확인해 볼 것 같아요. 다만, 사람들이 너무 몰리지 않는 시간대를 잘 맞춰서 가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아니면 아예 부스 디자인 자체를 좀 더 넓게 해서 사람들이 겹치지 않게 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런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전시가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미술 전시 쪽에서요.

처음에 터치스크린 보면서 사람들이 그림 그리는 걸 보니까, 마치 한 명의 작품에 여러 명이 참여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디지털 방명록 때문에 다시 가고 싶어지는 점 이해돼. 저도 터치 안 되는 구간에서 꽤 답답했었거든.
처음 갔을 때랑 확달라진 느낌이네요. 특히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 보면서 같이 쓱쓱 그렸던 기억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