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가벼운 장비 무게에 놀랐던 순간
지난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에 새로 생겼다는 VR 체험관에 다녀왔다. 사실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집 근처에 이런 시설이 들어섰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비도 부슬부슬 오는 날이라 밖에서 뛸 수도 없어서 꽤 괜찮은 선택지라고 생각했다. 1시간 이용권이 약 15,000원 정도였는데,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아주 비싼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머리에 기기를 썼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생각보다 가볍네?’였다. 예전에는 엄청 무거운 장비였던 것 같은데 기술이 좋아지긴 했나 보다.
33종의 재해 체험이라는데 기억나는 건 추락뿐
내부에는 롯데건설이나 안전보건공단에서 운영하는 안전 체험관처럼 33종의 재해 상황을 구현해놨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법한 사고들을 가상현실로 보여주는 건데, 막상 해보니까 현실감이 너무 좋아서 문제였다. 특히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발밑이 푹 꺼지는 그 느낌이 진짜 같아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아이들은 신기해하면서 계속하자고 조르는데, 나는 한 번 하고 나니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이게 즐거우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일종의 고문인 건지 잠시 헷갈렸다.
화면 속 세상이 주는 미묘한 불쾌감
체험 도중 계속 머리가 살짝 울렁거렸다. 예전에 친구랑 강릉역 근처에서 기후변화 체험관을 갔을 때는 이런 느낌이 덜했는데, 이번에는 화면 전환이 너무 빨라서 그런지 몰라도 금방 피로해졌다.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비슷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서 있거나, 기기에 몰입해서 허우적거리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 광경이 왠지 모르게 좀 쓸쓸해 보이기도 하고, ‘우리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철학적인 의문까지 들었다. 그냥 탁 트인 공원에서 뛰어노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로봇 공연인지 사람의 노동인지 헷갈리는 풍경
체험관 한쪽에서는 로봇 공연도 하고 있었다. 사실 로봇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래밍 된 인형이 움직이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좋아했다. 그걸 보면서 진로 페스타 같은 행사장에서 봤던 AI 헬스트레이너나 로봇공학 전시들이 떠올랐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이런 것들이 당연한 일상이 되어가는데, 나는 여전히 이런 가상 공간 속에서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기술은 눈앞까지 다가왔는데 내 몸은 아직 그 속도를 못 따라가는 것 같다.
남은 건 뿌연 눈과 약간의 피로감
한 시간 넘게 VR 기기를 쓰고 놀다 나오니 세상이 너무 밝고 선명하게 보였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쏟아지는 빗소리가 오히려 반가웠다. 체험관 안의 그 인공적인 바람과 화면의 깜빡임이 이제야 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다음에도 또 오자고 난리였지만, 나는 글쎄, 잘 모르겠다. 다음번에 오게 되면 그냥 로봇 구경만 하거나 아주 짧은 체험만 해야 할 것 같다. 그 어지러운 느낌이 가시질 않아서 집에 오는 내내 지하철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이 기술들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번 주말에는 내 머리를 꽤 아프게 만든 건 확실하다.

가볍게 느껴지던 장비 때문에 한 시간이나 했더니 그나마 어지러움이 심해지더라고요. 특히 로봇처럼 움직이는 인형 같은 모습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더라구요.
롯데건설 체험관처럼 현실감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속상하네요. 높이 떨어지는 느낌이 진짜 같아서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었어요.
첨에 기기 착용했을 때 가벼워 보이긴 했죠. 저도 오래전 체험할 때 훨씬 무거웠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