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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 VIVE Pro 2 설치하다가 결국 방 구조를 바꿔버렸다

처음 HTC VIVE Pro 2 박스를 받았을 때, 그 무게감 때문에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들었다. 사실 메타 퀘스트 같은 독립형 기기들만 쓰다가 베이스 스테이션을 벽에 설치해야 하는 본격적인 PCVR 환경으로 넘어오려니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 800달러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섣불리 건드리기 무서운 느낌도 있었고, 무엇보다 내 방이 이걸 다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베이스 스테이션 설치의 늪

베이스 스테이션 2.0 두 개를 벽에 고정하는 작업은 예상보다 훨씬 귀찮았다. 나사 구멍을 뚫는 게 부담스러워서 일단 삼각대를 세워봤는데, 이게 의외로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했다. 방 한가운데에 삼각대를 두고 VR을 하려니 책상을 옮겨야 했다. 거의 반나절을 낑낑거리며 가구 배치를 바꿨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는데, 정작 기기를 켜보기도 전에 지쳐버린 내 모습이 좀 웃기기도 하고 허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사 고정 방식 말고도 다른 방법들이 있었는데, 이미 구멍을 뚫고 난 뒤였다.

케이블 관리가 주는 불쾌함

설치가 끝나고 이제 제대로 좀 즐겨보려니까 이번엔 긴 케이블이 문제였다. PC 본체에서부터 헤드셋까지 연결된 두꺼운 선이 자꾸 내 발을 건드렸다. 밸브 인덱스도 써봤지만, 이 선의 무게감이나 엉킴은 PCVR을 하는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건가 싶다. 천장에 롤러를 달아볼까 하다가 그냥 바닥에 굴러다니는 줄을 피하며 다녔는데, VR 안에서 공중제비를 돌다가 발에 줄이 감겨서 넘어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건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불쾌함이다. 선 하나 때문에 가상 세계에서의 몰입감이 툭툭 끊긴다.

해상도와 무게 사이의 미묘한 갈등

VIVE Pro 2를 쓰고 화면을 봤을 때의 그 선명함은 확실히 좋았다. 이전에 쓰던 기기들과 비교하면 픽셀이 덜 보이는 느낌이라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이게 무게가 좀 있다. 한 30분 넘게 격렬한 게임을 하고 나면 얼굴 앞쪽에 묵직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안면 폼을 바꿔볼까 생각도 했는데, 정품 액세서리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일단은 참기로 했다. 사실 돈을 더 쓰는 게 무서운 것도 있다. 기기 가격만 800달러인데 여기서 뭘 더 사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트래커 추가는 결국 포기 상태

처음엔 트래커까지 사서 풀바디 트래킹을 해보고 싶었다. VIVE 트래커 3.0 같은 걸 추가하면 더 완벽할 것 같아서 장바구니에 넣어뒀었다. 그런데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내 방은 이미 포화 상태다. 방 구석구석에 선이 지나가고, 베이스 스테이션 두 개가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는데 여기서 트래커까지 관리할 자신이 없다. 그냥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즐겁다는 생각으로 타협하기로 했다. 사실은 더 세팅하기가 귀찮아진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남은 물음표

요즘은 그냥 가끔 퇴근하고 한 시간 정도만 한다. 비전프로 같은 다른 기기 소식도 들리지만, 이미 이렇게까지 세팅해둔 정이 있어서 쉽게 바꾸지는 못할 것 같다. 가끔은 ‘그냥 퀘스트 쓸 걸 그랬나’ 싶다가도, 화면을 보면 또 마음이 바뀐다. 완벽하게 세팅된 상태인가 하면 전혀 아니다. 여전히 내 방은 VR을 위해 일부러 비워둔 구석이 있고, 거기로 발이 자꾸 걸린다. 이 불편함이 VR의 매력인지 아니면 내가 기술을 못 따라가는 건지, 가끔은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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