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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복지관에서 갑자기 VR을 하라고 하길래

며칠 전에 엄마가 다니시는 집 근처 복지관에 다녀왔다. 원래는 별생각 없었는데, 요즘 동네 어르신들 사이에서 VR 스포츠인가 뭔가 하는 게 유행이라며 한번 보러 오라고 하셔서 겸사겸사 들렀던 거다. 건물 2층 구석에 마련된 작은 공간이었는데, 예전에는 그냥 탁구대가 놓여있던 곳이 갑자기 이런 기계들로 채워져 있으니 좀 낯설긴 했다.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보인 건 커다란 스크린이랑 그 앞에 놓인 모션 테이블이라는 거였다. 광고 모니터 같은 것도 옆에 서 있었는데, 쉴 새 없이 무슨 운동 방법 같은 걸 띄워주고 있어서 조금 정신이 없었다.

생각보다 움직임이 커서 당황스러웠다

엄마는 이미 몇 번 해보셨는지 제법 익숙하게 장비를 착용하셨다. VR 게임이라고 하면 흔히들 생각하는 그 투박한 안경 같은 걸 쓰고 화면 속에서 공을 던지는 식인데, 어르신들 근력 운동용으로 나온 거라 그런지 시스템이 꽤 단순해 보였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까 엄마가 생각보다 몸을 크게 쓰시더라. 화면 속에서 날아오는 과녁을 맞히려고 팔을 휘두르는데, 옆에서 보는 나는 혹시나 벽에 부딪히거나 넘어지실까 봐 조마조마했다. 사실 노인 근력 운동이라고 해서 그냥 천천히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정도를 상상했는데, 이게 은근히 땀이 나는 모양이다. 한 15분 정도 하셨을까, 엄마가 숨을 몰아쉬면서 의자에 앉으시는데 얼굴이 발그레해지신 걸 보고 조금 놀랐다.

기계 조작이 생각보다 안 익숙해 보인다

옆에서 지켜보니 기계 자체가 아주 직관적인 건 아니었다. 교육용 키오스크라고 옆에 따로 붙어있긴 한데, 화면을 터치해서 메뉴를 고르는 과정이 어르신들한테는 꽤 복잡해 보였다. 결국 옆에 계신 담당 선생님이 거의 옆에 붙어서 도와주셔야 진행이 되는 식이었다. 나중에는 엄마가 그냥 리모컨 같은 걸 쥐고 계시다가 화면이 멈춰버려서 내가 대신 만져봤는데, 이게 감도가 생각보다 예민해서 나도 몇 번을 다시 눌러야 했다. 최첨단이라고 해서 다 편한 건 아닌가 보다. 오히려 예전처럼 그냥 탁구 치고 이야기 나누시는 게 더 나은 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

굳이 VR로 해야 할까 싶은 순간들

사실 체험관 옆에는 AR 체험존도 따로 있었다. 3D 펜으로 뭘 만드는 공간도 있었는데, 그쪽은 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라 좀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전반적으로 공간이 이것저것 다 섞어 놓은 분위기랄까. 예산 문제인지 아니면 단순히 인기를 끌고 싶어서 이것저것 다 가져다 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중요한 건 얼마나 자주 사용하느냐인 것 같다. 엄마 말씀으로는 처음에 신기해서 많이들 오셨는데, 요즘은 줄 서서 기다리는 것도 귀찮고, 기계가 가끔 오류가 나서 안 될 때가 많아서 그냥 안 가게 된다고 하셨다. 가격대가 어느 정도인지 여쭤보지는 못했지만, 시에서 지원받아 설치한 것치고는 관리가 좀 듬성듬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막상 집에 가려니 마음이 좀 애매했다

나오면서 보니까 로비에 또 다른 VR 기기들이 꽤 많이 늘어서 있었다. 요즘은 어딜 가나 이런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필수인가 싶다.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이런 게 진짜 어르신들 건강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분명 재미는 있어 보였지만, 사람 손을 계속 타야 하고 기계 자체도 아직은 덜 다듬어진 느낌이라서 말이다. 그래도 엄마가 웃으면서 공을 맞히던 그 짧은 순간을 생각하면 또 나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복잡한 기계들이 웅웅거리는 그 작은 공간이 자꾸 머릿속에서 잔상처럼 남았다. 다음에 오면 또 다른 게 바뀌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동네 복지관에서 갑자기 VR을 하라고 하길래”에 대한 4개의 생각

  1. 스크린 앞에 서 있으니, 땀도 뻘뻘 흘리시면서도 재밌어하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저는 오히려 이런 새로운 기술이 어르신들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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