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말에 대구 시내 쪽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실감형 콘텐츠 체험관이라는 간판을 봤다. 굳이 찾아서 간 건 아니고 그냥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어디든 시원한 실내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입구에서 안내하시는 분이 VR 기기를 착용하면 가상 현실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다고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좀 시큰둥했다. 그냥 잠시 앉아서 땀 좀 식히다가 나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입장료는 대략 1만 5천 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요즘 어디 카페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디저트 하나 시켜도 그 정도 나오니까 크게 비싸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기기 착용하고 느낀 첫 당혹감
막상 VR 기기를 머리에 쓰고 나니까 생각보다 훨씬 무겁고 갑갑했다. 분명히 가이드분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는데, 막상 기기를 쓰고 나니 뭘 눌러야 할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눈앞에 펼쳐진 건 꽤 정교하게 구현된 그래픽이었는데, 뭔가 매끄럽게 연결되는 느낌보다는 뚝뚝 끊기는 느낌이 강했다. 예전에 친구 따라 메타버스 ZEP 같은 걸 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직접 머리에 기기를 쓰고 물리적인 공간에서 움직이는 건 또 차원이 달랐다. 처음 5분은 신기해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봤는데, 문제는 그 이후였다. 화면 속의 나는 계속 움직이는데 내 몸은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까 뇌가 이상하게 반응하는 건지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4D 효과가 이렇게까지 부담스러울 줄이야
내가 들어간 프로그램은 4D 효과까지 포함된 거라 의자가 사방으로 흔들리고 바람도 나오고 했다. 레졸룸 아레나 같은 전문적인 전시 세팅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몰입감을 주려고 신경 쓴 것 같긴 했다. 그런데 이 흔들림이 너무 예고 없이 찾아오니까 오히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화면에서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 의자는 옆으로 툭툭 치고 바람까지 정면으로 맞으니까 현실과 가상이 뒤섞여서 나중에는 화면을 제대로 쳐다보기조차 힘들었다. 옆자리에 앉은 초등학생들은 신나서 소리를 지르던데, 나는 그저 어떻게 하면 이걸 조용히 중단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했다.
콘텐츠의 화려함보다는 현실적인 피로도
요즘 온라인 전시회나 미술관 같은 곳에서도 이런 실감형 콘텐츠를 많이 도입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정작 체험해 보니 화려한 그래픽보다 중요한 건 착용자의 편의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내가 체험한 기기는 무게 중심이 너무 앞으로 쏠려 있어서 목이 꽤 아팠다. 한 15분 정도 지나니까 ‘이거 언제 끝나지?’라는 생각만 반복적으로 들었다. 콘텐츠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내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기기 설정이 나랑 안 맞는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그냥 평범한 LED 패널로 영상을 크게 띄워놓고 보는 게 훨씬 편하겠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어설픈 경험 후에 남은 것들
나오면서 보니 입구 한쪽에는 네컷사진 촬영존도 마련되어 있었다. SNS에 인증샷을 올리면 기념품을 준다고 했는데, 너무 어지러워서 사진 찍을 기력도 없었다. 그냥 나와서 편의점 들러서 얼음물 하나 사 마시니 그제야 속이 좀 진정되는 것 같았다. 나중에는 이런 기술들이 더 발전해서 안경처럼 가벼워질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내 경험상으로는 조금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굳이 다시 찾을 것 같지는 않은데, 가끔 이런 곳 지나갈 때마다 그때 느꼈던 울렁거림이 떠올라서 조금 망설여질 것 같다. 결국 새로운 기술을 체험한다는 건 호기심과 피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과정인 것 같다.
